Page 74 - 전시가이드 2023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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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Here - 소요유逍遙遊  54x130.3cm  Color ink on Korean paper  2023









                                 2023. 9. 20 – 10. 1 아트뮤지엄 려(T.031-887-2630)









                              작가에게 점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가는 징검다리며, 전통에서 현대로 가는 통로다.
                             동양의 정신과 서양의 표현이 만나는 공간이고, 예술과 기억이 압축된 세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 것이리라.







         소요유(逍遙遊)의 미학 : 우연성, 반복, 그리고                    점의 세계
         삶과 죽음의 초월                                      이영숙은 반복된 행위를 통해 삶과 죽음의 초월을 이야기한다. 하나의 점을
                                                        찍고, 하나의 작은 원을 그리는 반복된 과정을 통해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노
        이영숙 개인전                                         래한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점의 세계'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세계의 형성
                                                        이, 다시 말해서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가 “삶이 죽음이고 죽음이 삶
                                                        임을 깨달아 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작업노트)
        글 : 안진국(미술비평)
                                                        숙련된 솜씨로 동양의 산수화를 그렸던 작가는 2013년 이후 ‘점 그 자체’를 중
                                                        요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점의 반복된 형태가 만들어 내는 추상적 형상에 집
        한 획 한 획 긋는 행위에서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예술가는 한 획 한 획 긋    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동양의 점법과 서양의 점묘법이 변증법적으로 결
        는 행위를 통해 힘들었던 삶을 위로하고 다가올 삶의 평온을 염원한다. 어쩌       합한 방식으로, 서양의 표현성에 동양의 정신성을 담는 형식으로의 변화였다.
        면 예술에서 작품의 완성보다 그 반복하는 붓질이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        더불어 원형의 점은 작가의 기억과도 연결되어 있다. 어린 시절 비 오는 날 할
        다. 위로하는 한 획, 마음의 평온을 염원하는 한 획. 우리는 알고 있다, 붓질이   머니 댁에서 봤던 떨어지는 빗방울과 그 빗방울이 물이 고인 바닥에 떨어져
        없이는 작품의 완성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작고 동그란 파장들. 그는 어린 시절 봤던 빗방울이 만든 수많은 작고 둥근 파
                                                        장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업은 이런 기억의 장면이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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