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전시가이드 2023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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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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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41x53cm, oil on canvas, 2023




            그렇게 마침내 작가의 회화를 지지하는 두 축(어쩌면 하나의 축)에, 색채와 향     니다. 최소한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작가의 남다른 감각의 소산으로 봐도 좋
            기에 도달했다. 작가는 화면과 온전히 하나가 된 색과 표현으로 이루어진 하       을 것이다. 여기에 향기란 질료적인, 자연적인, 그러므로 감각적인 대상으로
            모니에 대해서 말한다. 작가의 이 말은 색채의 마술사로 알려진 마티스를 연       만 머물지는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매번 다른 기분과 감정, 생체리듬과 바이
            상시킨다. 마티스에게 회화란 다름 아닌 표현이었고, 회화에서의 표현이란 색       오리듬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어쩌면 사과를 매개로 해서 실제로 작
            채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색채가 곧 표현이었다(작가의 말대로라면 색과 표       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 과도로 사과껍질을 깎는 과정에 사과에 투사된 자기,
            현으로 이루어진 하모니). 회화에서 가장 근원적인, 원초적인, 기본이 되는 동     사과를 깎는 순간에 자신의 몸이 겪는 사건, 사과가 불현듯 불러일으킨 생각(
            기를 찾기 위해 세잔을 소환했다면, 그 동기가 다름 아닌 향기, 그러므로 색채     그러므로 어쩌면 향기), 사과와 자기와의 교감, 그러므로 사과를 통해 본 몸의
            로 판명됨에 따라 그 판명을 증언하기 위해 이번에는 마티스를 호출한다. 그       생태학(그러므로 어쩌면 몸의 현상학)을 그린 것일 수도 있겠다.
            렇게 작가에게 색은 향기를 연상시킨다. 그러므로 작가에게 색은 곧 향기에,
            그리고 향기는 곧 색에 다름 아니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색과 향기의 관계에      그렇게 색채와 향기로 구조화된(그러므로 환원된) 일련의 사과 그림을 작가
            관한 한 공감각이 작용하고 있는 경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는 <answer me my love>라고 부른다. 근작의 주제다. 내 사랑이라고 답해
                                                            달라는 주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향기라고, 너(사과)에겐 좋은 냄새가 나, 라
            회화에서의 궁극적인 것은 뭔가. 여기서 작가는 구조주의자 세잔을 불러들인        고 답해달라는 주문이다. 색을 통해서 마티스는 편안한 안락의자와 같은 그
            다. 그리고 그건 다름 아닌 색채다. 여기서 다시, 작가는 자기를 대변해줄 증언    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여기에 작가는 색을 매개로 좋은 향기가 나는(감각
            자로서 색채주의자 마티스를 호출한다. 그렇게 작가의 그림은 미술사에 기생        적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답한다. 색 자체만으로도 이
            한다. 미술사를 숙주 삼아 미술사를 자기화하는 방법을, 미술사를 재사용하는       미 충분히 회화라고 보는 것이 모더니즘 패러다임이다. 여기에 작가는 색 자
            방법을 제안한다. 문제는 향기다. 세잔이 사과의 구조를 그렸다면, 작가는 사      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감각적 쾌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덧붙인다. 그렇
            과의 향기(그러므로 색채)를 그렸다. 여기서 색채와 향기의 공감각을 인정하       게 작가는 모더니즘 패러다임을 감각적인 회화로 확장 시킨다. 금욕주의와 구
            다고 해도, 실제로 사과에서 향기를, 그것도 매번 다른 사과에서 다른 향기를      조주의(세잔)로부터 시작해 감각주의와 쾌락주의(마티스)로 되돌아온다. 어
            맡고, 더욱이 그 향기를 다른 색채로 표현(그러므로 환원)하기란 쉬운 일이 아     쩌면 작가의 작가적 아이덴티티를 결정하는 두 인격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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