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2018 Donggang International Photo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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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c SOTH 알렉 소스
미국
<사랑을 찾아서>
1996년께, 미국 중서부 북쪽 지역에 위치
한 드럭스토어에 자리 잡은 사진관에 흑
백필름 인화를 맡긴 경험이 있다면, 당신
의 필름은 내가 담당해 출력했을 가능성
이 상당히 높다. 1996년(당시 나는 스물
여섯 살이었다) 이후로도 몇 년을 더 그
상업 사진관에서 일했다. 근무하는 날은
대부분 시간을 어둠 속에서 중서부에 사
는 미국인 가족 사진을 인화하며 보냈다.
최소한 외견상은 무척 행복해 보이는 그
런 사진들 말이다. 행복한 이미지를 인화
하던 당시 나 자신의 삶은 물론 그리 행
복하지 않았다.
© Alec SOTH, Couple in Hoodies. Minneapolis, Minnesota
1995/2017, Archival Pigment Print
하루 근무가 끝나면 술집으로 걸음을 향했다. 어두운 곳에서 일하다 다시 어두운 곳으로 쉬
러 간 셈이다. 그러나 나는 그곳의 분위기, 공기 중에 취기가 돌고 마치 수면 아래 은신처 같
은 느낌이 좋았다. 모르는 사람 사이에 섞여 있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고독감도 좋았다. 어
느 순간부터 나는 바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낮에 출근해서는 밤에 찍은 사진을
출력했다. 점차 실제 업무보다 내 사진을 인화하는 양이 늘어났다(퇴근할 때면 출력한 인화
사진을 몰래 암실 밖으로 빼돌리려고 다리에 둘러 감고 청바지를 그 위에 입은 채 자동차까
지 로봇걸음으로 걸어가곤 했다).
사진 양이 늘어나면서 나는 점차 바를 벗어나 도시 전체를 피사체 삼아 돌아다녔다. 어떨 땐
대낮의 태양 아래를 쏘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작업을 제작할 당시의 지배적 기억은 역시
그때 그 암실이다. 몇 시간이고 홀로 어둠을 지켰던 시간들 - 칠흑 속에서 나는 다가올 모험
을 공상하곤 했다. 언젠가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나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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