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2018 Donggang International Photo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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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eke DEPOORTER 비케 데포터
             벨기에
































              © Bieke DEPOORTER, City of the Dead, Cairo, December 2011, Archival Pigment Print





             < 그러할지라도>

             매그넘 사진가 비케 데포터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정기적으로 이집트를 방문한다. 외부
             에서는 알기 어려운 혁명의 세세한 양상에 관심을 보였던 그녀는 이집트 전역을 돌아다녔다.
             데포터는 조용한 지역을 답사하는 것을 선호했기에 봉기가 격렬하게 일어나던 타히르 광장
             쪽은 멀리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했으나, 그녀는 이내 사적인  영역에의 접근은 쉽지 않

             음을 알아차린다. 그곳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신뢰를 쌓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깨달은 것
             이다. 그러나 오히려 데포터는 이에 도전 의식을 불태웠다. 결과적으로는 이때 상호 신뢰하
             는 관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것이 기나긴 여정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집트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 그녀는 그들의 집에서 하루를 묵어갈 수 있는지 물었다. 현
             지인들과 몇 마디 말을 섞지 않더라도 시간은 잘 흘러갔다. 그들은 서로 시선과 몸짓의 언어
             로 대화를 나눴다. 몸을 누일 공간을 찾는 건 쉬운 편이었다. 자매들이 있는 집은 침실을 종
             종 함께 쓰는 경우가 많아 여분의 잠자리를 마련하는 게 용이했다. 그러나 카메라만은 환영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여성은 사진 찍히길 원치 않았고, 때론 선택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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