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안성석 Sungseok AHN 내일의 도덕 Morality of Tomarrow
P. 11

과거-현재-미래, 공존할 수 없는 시간들의 만남






      과연 지나간 ‘역사’와 지금의 ‘현재’가 공존하는 역설적인 순간이 존재할
      수 있을까? 혹은 ‘내일’이라는 미래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만큼 예측할 수
      있을까? 안성석의 대표작인 <역사적 현재>와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 <내
      일의  도덕>은  제목부터  묘하게도  ‘역사-현재-내일’의  시간성을  암시한
      다. 더불어 그의 작업은 공통적으로 어떤 특정 장소를 소재로 삼고 있다.
      역사적 기념물부터 공공장소, 그리고 신도시까지 그는 자신의 발로 직접
      그 장소를 찾으며 작업한다. 특정 장소에서의 경험, 그리고 시간성에 대한
      암시에서 이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사와 작업적 탐험을 이해할 중요한 줄
      기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역사적 장소와 디지털 꼴라주/ 사진 작업 시리즈인 <역사적 현재>에 담
      긴 피사체들은 주로 우리나라의 오래되고 유명한 장소들이다. 사진에 담
      긴 첨성대, 광화문, 남대문 같은 문화재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
      적 아이콘이다. 물론 동시에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터전 속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현재’의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제 역사가
      된 장소를 소재로, 삶이란 과거에서 오늘을 거쳐 내일을 향해 끊임없이 변
      하고 있다는 개념을 고유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 장소 앞에 작은 스크린
      을 펼친 후 과거 기록사진을 영상으로 투사함으로써 현재 모습과 과거의
      모습이 함께 겹쳐지는 순간을 다시 사진으로 촬영한 것이다. 이로써 작가
      는 ‘과거와 현재의 공존’, 즉 마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철학적 수사 같
      은 상태를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작은 조작을 통해 효과적으로 이미지화
      한다. 그리고 현재의 풍경 안으로 과거의 풍경이 소환된 이 장면은 우리에
      게 ‘익숙하면서 낯선 풍경’ 그 자체로 다가온다.
         매끄러운 표면으로 인화되어 있는 사진 이미지는 그 자체로 어떤 의미
   6   7   8   9   10   11   12   13   14   1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