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안성석 Sungseok AHN 내일의 도덕 Morality of Toma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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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기표가 된다. 안성석의 사진을 보는 대부분의 관람객은 일견 어떤 보편
   적인 의미를 떠올릴 것이다. 아마도 그 것은 ‘역사’라는 무겁고 거창한 단
   어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에서 과거와 현재의 역설적인 묘한 공
   존을 보면서, 끊임없이 새 장을 쓰고 있는 역사라는 거대서사의 흐름이 여
   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역사적 현재> 속 장면들은 이처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간의 일률적
   인 흐름, 즉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시 이어질 미래의 진행을 암시하는 것
   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마치 앞을 향해서 직진하고 있는 단선적인 흐름
   으로서의 시간 말이다. 하지만 작가 특유의 형식적 트릭, 즉 현재 장면 속
   에 과거의 이미지가 덧대어져 있는 디지털 꼴라주 방식은 새로운 의미망
   을 만들어 낸다. 각기 다른 바탕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파편화해 조합하
   는 꼴라주는 직선적이고 일반적인 바탕(시간성)을 깨뜨리는 형식이기 때
   문이다. 즉 작가가 디지털 꼴라주의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를 공
   존시키는 순간, 이 사진의 표면은 완결되고 보편적인 시간성(표면)을 잃
   어버린 셈이다.

      경험, 시간성의 재조합/ 안성석 작가는 그 장소에 실제로 “있다”는 점
   이 작업의 가장 큰 핵심이자 사진이라는 매체의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작
   업을 하는 동안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 그들의 반응, 그러한 소소한 만
   남 또한 작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경험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그의 또 다른
   작업 <사적 경험>은 이러한 작가의 생각을 디지털 가상 세계 안에 표상한
   작업이다. 작가는 광화문 광장이 완성된 후 그곳에서 느낀 인위적이고 낯
   선 개인적 느낌들을 채집하고자 휴대용 카메라를 사용했다. 이어서 이 사
   진들에 등장하는 사람과 건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디지털로 오려서 입
   간판처럼 세워 놓은 가상의 공간을 만들었다. 광화문이라는 존재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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