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안성석 Sungseok AHN 내일의 도덕 Morality of Toma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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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을 바꿔가고 있는 동탄 제2신도시의 단면이다.
‘신도시’라는 공간은 대한민국에서 참 낯익은 장소이다. 계속해서 생겨
나는 신도시를 향해 사람들은 삶의 장소를 옮겨간다. 그리고 이 과정은 반
복된다. 사실 원래의 땅 자체는 늘 그대로인데, 그 위의 풍경이 변하고, 그
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움직인다. 과거를 지나 ‘역사’가 생기고, ‘현재’를
거쳐 ‘내일’을 향한다. 그 흐름을 따라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생활환경도,
모든 것이 변한다. 이 거대한 흐름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그 안에서도 개인 각자의 경험이 존재하고 또한 그것은 각기 다른
경험으로 기억된다는 점이다.
<내일의 도덕> 시리즈에는 <역사적 현재>와 같은 의도된 연출은 배제
되어 있다. 오히려 사진 속 동탄 신도시의 단면들을 직시하는 작가의 앵
글만이 두드러진다. 때론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때론 묵묵하고 덤덤하게
혹은 살짝 날이 서 있는 듯 예리하게 대상을 향한 포커스가 오랜 시간 동
안 그곳을 주의 깊게 살폈을 작가의 시선을 대변한다. 거대서사로서 완성
을 향해 가고 있는 그 빈 도시에서 오직 이 존재들만이 작가에게는 “살아
있는 주제”인 것이다. 흡사 화려한 완성을 향해가는 신도시 거대함 속에
서 절대 돋보이지 않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개인의 목소리인 양, 도시라는
거대 서사 속에서 존재성을 잃어가는 그 작은 목소리들을 발견하고 그 이
미지를 채집한 것 같아 보인다. 메타폴리스 건물처럼 보이던 표시기둥, 곧
무언가 쓸모를 위해서 제멋대로 뭉개져 놓여 있는 시멘트 더미, 아직 사람
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위압적인 아파트 숲…. 이것이야말로 ‘내일’을 위
한 ‘현재’의 모습들인 것이다.
<내일의 도덕>은 한국의 사진가들이 즐겨 촬영하는 재개발 현장에 대한
날선 기록들과 닮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업을 재개발에 대한 비평
적 단상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시간성에 대한 작가의 한결같은 탐구의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