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PHOTODOT 2017년 2월호 VOL. 39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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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그림자들
글_장 루이 쁘와트방
지각의 다양한 양상
하춘근 작가의 작업은 확실히 우리의 몸에서, 또 뇌에서 이루어지는 지각의
작용을 의식하도록 만든다. 이 지각의 과정은 다양한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단계는 물론 눈으로 바라보는 찰나의 순간이다. 그 순간 모든 것은 확
실한 듯이 인식된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들, 희미한 추억들, 직접적으로 감 앙가쥬망
지되지 않는 요소들, 예를 들어 시각 영역의 한계, 거기에서 우리가 본다고 하춘근의 사진 작업은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의미들과 그 맥락의 측면에
확신하는 것이 충돌한다. 그러나 시간은 준엄하게 흘러가고 우리는 이런 디 서 사회 참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 참여’란 말은 통상
테일들에 멈추어있을 수 없다. 두 번째 단계는 찰나보다 우위에 있는, 말하 적으로, 사회를 관통하는 동시대의 움직임에 뛰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
자면 일정 단위의 지속된 시간이다. 다소 길거나 짧은 이 시간 동안 벌어지 한 측면에서 하춘근의 사진 작업이 갖는 첫 번째 ‘사회 참여’의 의미는 사진
는 일은, 우리가 평소에 보고 기억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이 시간 동안 찍 작가로서의 본분을 살려 작가 자신이 창조한 ‘이미지’를 수단으로 각종 예민
힌 사진 이미지들은 우리가 잊어버린 디테일들, 모호하고 덧없이 흘러간 것, 하고 어려운 현실의 상황들에 예술가로서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몰랐던 순간들을 보여준다. 그것은 짧은 몇 시간 동안의 여행을 머 리고 또 다른 사회 참여의 의미는, 하춘근 작가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이 현
릿속에서 재구성하려고 할 때, 어떤 특정 장소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할 때 대 사진예술의 위상에 대해 나름의 깊은 통찰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사실 하
의 경우이다. 세 번째 단계는 가장 일반적인 경우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춘근 작가는 어떤 의미로는 누구나 찍을 수 있다고 생각될 법한 사진을 찍
우리가 애써 기억의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거기서는 무엇 는다. 때때로 그의 사진은 누구나 어렴풋이 알고 있거나, 쉽게 가볼 수 있을
이 진실이고 무엇이 정확한 것인지, 혹은 무엇이 허구인지를 구분해내기가 것 같은 장소와 풍경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미지들의 중첩이나 몽타쥬 기
어렵다. 우리는 기억에 의해 회상하게 되는 어떤 것들에 대해 그저 느긋하게 법을 통하여 그의 이미지들은 뚜렷한 동시에 흐릿한, 감성적인 동시에 의미
‘좋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할 수 있다면, 단지 를 담은, 불분명한 동시에 단호한 뉘앙스를 획득하곤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
그렇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문득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온전하지 않은 기억 속 은, 두 가지 측면의 사회 참여(engagement)가 완성되는 방식이, 여러 이미
의 수많은 요소들은 우리가 정확한 것이며 사실이라고 믿는 이미지를 강하 지들의 중첩을 통해 작가의 사진작품 최종 이미지가 완성되고 풍부해지는
게 뒤섞어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이미지의 중첩으로 구축된 하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타입의 사회 참여는
근 작가의 사진 이미지들은 어떤 장소, 주제, 혹은 삶의 순간에 기반하여 형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사진 이미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힘
성된 독창적인 이미지의 시리즈이다. 각각의 사진은 모두 지각 경험의 진실 을 갖게 되며, 평범함으로부터 벗어나 성공적인 사회 참여의 특징인 의미작
성과 무의식적인 지각 메카니즘에 대해 진지하고 깊은 사색을 담고 있다. 용의 길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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