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PHOTODOT 2017년 2월호 VOL. 39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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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Victim - Pentagon 〈Big Eye〉 New York
200.1X200.1Cm Archival Inkjet 2016
파괴와 재건의 기준, 그라운드 제로
글_하춘근
세계적인 대파괴의 사건, 911테러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의 역사적
장소에 대해 그라운드 제로라 명명되었다.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초토화의
기준 좌표 ‘그라운드 제로’가 되었던 뉴욕 맨하튼 세계무역센터와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지점은 파괴를 목표로 한 인간의 이성적 판단에 의한 행
동이 구현된 곳이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인간은 슬픔과 공포를 딛고 서로를
보듬는 본능적 행동으로 파괴의 역사를 기억하고 재건하고 다시 생명을 이
어갔다.
파괴와 재건이란 모순적 양면이 함께 시작된 그곳, 그라운드 제로는, 파괴를
통한 건설의 본성을 통해 역사를 만들어온 ‘인간’을 극명하게 상징하는 자리
가 아닐 수 없다. 희생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끔찍하고 처참한 파괴이고
가해자의 관점으로 보면 원하던 세계의 창조라는 상반된 해석을 낳게 하는
그라운드 제로를 역사의 제한적인 관점이 아닌, 인간, human being의 본질
을 이해하기 위한 사유의 측면으로 바라본다면 인간이 세계를 구축하고 유
지해온 방식의 응축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이 생존해온 근본 방식은 자연의 파괴와 인간세계의 창조였고 한 국가
와 민족의 생존 방식 또한 권력과 세대의 파괴와 창조의 역사로 이어져왔다.
인간과 전쟁은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전쟁과 평화 역시 그러하다. 인류와 생
명에 대한 무자비한 파괴에 의해 재건과 사랑과 희망의 역사가 창조되는 이
아이러니는 인간의 숙명과도 같다. 나와 당신도 늘 파괴와 창조의 시간을 파
괴하고 창조하며 살아간다.
그라운드 제로는 단순히 재난의 현장과 그 기념의 장소에 머물지 않고 인류
가 공감하는 대파괴와 대재건이 공존하는 인간사의 명확한 상징이자 이 모
순된 인간의 본성, 인간 자체를 냉정히 고찰하게 하는 화두가 된다.
작품 컨셉인 빅아이(다양한 시공간의 응축을 통한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는
이제 그라운드 제로에서 인간의 모순된 본성을 응축한다. 냉혹하고 잔인한
파괴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슬픔 속에 재건의 창조를 이루어내는 인간이 911
현장과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 현장에서 빅아이로 응축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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