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PHOTODOT 2018년 7월호 VOL.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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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 라규채_ La Gyu-Chae                                                                                          <틈> 석재현_ SEOK, Jae-Hyun









































 서도 무지하지만, 그는 멕시코에 자석처럼 이끌렸다고 했다. 부모님은 우크  선, 자외선, 알파, 감마, 베타선, X -선 등 수많은 광선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
 라이나 근처의 오데사에서 건너온 이민자이고 자신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  리의 망막은 가시광선 하나밖에 인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가 인식하는   전시기획과 리뷰, 강연으로 항상 쫓기는 시간을 보내온 그는 즐겁고 감사한   들어와 자리 잡은 것들이다. 석재현은 이 이미지들을 정리하며 그동안 타인
 란 유대인인데 멕시코에서 고향의 편안함을 느꼈고 최고의 작업을 할 수 있  것은 사물의 본질이 아니라 가시광선의 반사광에 의해 드러난 외형적 형체  마음으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처 손대지 못한 개인 작업에   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을 돌려 스스로에게로 회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니까 필립 퍼키스에게 ‘소통’이란 물리적인 소통이라  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 속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적 물질에는 본래 실체가   갈급함을 느낀다. 작가는 그런 마음을 작업노트를 통해 “태생이 사진가인   전시 《틈_ elsewhere》은 쉴 틈 없이 달려온 일정 중에서도 렌즈를 통해 세상
 기보다 무의식적 소통에 가깝다. 생각과 느낌, 기억들이 어느 순간 그 앞에   없다. 모든 물질의 중심에는 공(空)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사진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음이 늘 마음 한구석 허전함으로 자리  을 만나 온 작가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와 위안이기도 하다.
 놓인 세상과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25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나오게 된 이   그 공(空)의 끊임없는 진동이 가시적인 세계와 비가시적인 세계를 만들어   했고 그 허전한 마음은 ‘틈’이 되어버렸다”라고 고백한다. 곧, ‘틈’은 작업에
 멕시코 사진들은 어쩌면 80해를 살아온 사진가가 25년 동안 지속해서 세상  나가며, 가지적(可知的) 세계는 이러한 진동의 리듬이 만들어낸다. 따라서   집중하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매번 새로운 공간과 낯선 사람들 속에서 사진  낯선 해외에서의 경험들은 어느덧 작가 석재현에게 순간적인 익숙함으로,
 과 소통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연속된 진동 속에서 형상들이 나타나는 그것으로 보이는 물질은 보이지 않  가로서 느끼는 내적 갈등인 동시에, 그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틈으로 해석  그리고 그의 일상에 등장하는 반복적인 낯섦이 오히려 낯설지 않은 풍경이
 는 것들의 미세한 진동의 파장들일 뿐이다.  된다.                                  되어버린다. _ 포토닷 2017.9월호
 <소쇄원> 라규채_ La Gyu-Chae   출장 때마다 그의 무거운 가방 한구석에는 카메라가 늘 함께였다. 석재현은
 우리가 보는 시각 정보가 과연 사물의 본질일까? 본다는 것은 사물을 인식  <틈> 석재현_ SEOK, Jae-Hyun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느낀 감정을 한 프레임씩 사진에 담  <나비> 이정록_ Lee Jeonglok
 하기 위한 의지의 작용이지만 시세포를 통해 얻은 정보를 사물의 본질이라  탈북자, 이주노동자, 성노동자 등의 소외계층을 렌즈에 담아내던 다큐멘터  아왔다. 그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미국, 중국, 터키, 헝가리, 독일, 벨기에, 싱  밤과 낮이 섞이고 빛과 어둠이 부드럽게 엉키는 시간이 오면, 깊고 그윽한
 고 할 수 없다. 그것은 망막(網膜)에 맺힌 상(像)의 정보를 신경체계에 의해   리 작가 석재현이 이번엔 사뭇 다른 작업을 보여준다. 줄곧 타인에 초점을   가포르, 일본, 아르헨티나 등… 유럽과 아시아를 수없이 넘나들며 ‘틈이 포착  공간의 에너지가 서서히 드러난다. 그러면 나는 그 신비로운 순간의 에너지
 뇌세포로 전달되고 그 정보를 그대로 실체라고 판단해 버리는 뇌세포의 지  맞춰오던 그는 이제 자기 자신에게로 침잠하여 사진작가로서의 내적 고민을   하고 만들어 낸 낯선 타국의 이미지들’을 축적했다. 그가 내면으로 포착한 대  를 필름에 가득 퍼 올린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는 동안 흙탕물이 서서히 가
 극히 단순한 지각활동에 불과하다. 태양광에는 가시광선을 비롯하여 적외  솔직하게 드러낸다. 지난 몇 년간 크고 작은 전시기획들, 특히 해외에서의   상들은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에 실재하지만 이제 작가의 무의식 틈 사이로   라앉듯이 내 안의 감각과 분별의 소음이 사그라진다. 시나브로 나는 경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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