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PHOTODOT 2018년 7월호 VOL.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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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 찾을 수 없습니다> 리양_ Li Yang
<404 찾을 수 없습니다> 리양_ Li Yang
<나비> 이정록_ Lee Jeonglok
태도로 공간의 에너지 안으로 깊숙이 침잠한다. 세상이 완전한 어둠에 잠기 로 Nabi는 선지자를 의미한다. 그동안 주로 호남에서 이루어졌던 작업이 제
고 내 안과 밖의 에너지가 완전히 조우하면 나는 그때 다시 셔터를 올린다. 주에 이르게 된 것은, 원시적인 자연이 품은 근원적인 에너지에 이끌려서였
암흑 속에서 플래시가 번쩍하고 터질 때마다 하나의 나비가 탄생한다. 하나, 다. 몇 해간 제주 작업을 하다가 중국 주가각으로 거처를 옮긴 것은 오랜 시
둘, 셋, 넷, 다섯……, 수십 수백의 에너지가 나비가 되어 필름에 각인된다. 간 자연과 더불어 삶을 꾸려온 전통적인 생활의 공간이 품은 에너지에 대한
내가 작업에 사용하는 순간광은 찰나의 빛이다. 찰나의 빛은 분명히 존재하 호기심 때문이었다. 일본 토호쿠에서의 작업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순식간에
지만, 실체를 잡을 수 없는 에너지 그 자체로, 내 작업의 핵심 도구이자 주요 폐허가 된 현대 문명의 터전에서 올리는 간절한 기도였다.
한 상징이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엇, 그것으로부터 체감한 긍 탄압받던 초기 기독교인들의 안식처였던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는 강렬한
정적 에너지를 전하는 매개체로서의 빛은 밝음과 어두움, 부드러움과 강함, 에너지를 내뿜는 대지와의 깊은 교감, 그 숭고한 체험을 시각화했다. 캄보디
조화와 균형 안에서만 발현할 수 있다. 아의 씨엠립에서는 모진 풍파에도 여전히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크메르인들
빛에 의해 태어난 나비는 동양에서는 영혼을 상징하며, 우연히도 히브리어 의 사원에서 얻은 고요와 평안을 담아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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