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PHOTODOT 2017년 9월호 VOL.46 S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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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ya, Turkey. 2014





                         탈북자, 이주노동자, 성노동자 등의 소외계층을 렌즈에 담아내던
                  다큐멘터리 작가 석재현이 이번엔 사뭇 다른 작업을 보여준다. 줄곧 타인에           출장 때마다 그의 무거운 가방 한 구석에는 카메라가 늘 함께였다. 석재현
                  초점을 맞춰오던 그는 이제 자기 자신에게로 침잠하여 사진작가로서의 내적            은 낯선 공간(elsewhere)과 낯선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느낀 감정을 한 프레
                  고민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지난 몇 년간 크고 작은 전시 기획들, 특히 해외         임씩 사진에 담아왔다. 그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미국, 중국, 터키, 헝가리, 독
                  에서의 전시기획과 리뷰, 강연으로 항상 쫓기는 시간을 보내온 그는 즐겁고           일, 벨기에, 싱가포르, 일본, 아르헨티나 등 유럽과 아시아를 수없이 넘나들
                  감사한 마음으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처 손대지 못한 개인            며 ‘틈이 포착하고 만들어낸 낯선 타국의 이미지들’을 축적했다. 그가 내면
                  작업에 갈급함을 느낀다. 작가는 그런 마음을 작업노트를 통해 “태생이 사진          으로 포착한 대상들은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에 실재하지만 이제 작가의 무
                  가인 나로서는 사진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음이 늘 마음 한 구석 허전함으로           의식의 틈 사이로 들어와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이다. 석재현은 이 이미지들을
                  자리했고 그 허전한 마음은 ‘틈’이 되어버렸다”고 고백한다. 곧, ‘틈’은 작업       정리하며 그동안 타인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을 돌려 스스로에게로 회귀하
                  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매번 새로운 공간과 낯선 사람들 속에서 사           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전시 《틈_elsewhere》은 쉴 틈 없이 달려온 일정 중
                  진가로서 느끼는 내적 갈등인 동시에, 그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틈으로 해          에서도 렌즈를 통해 세상을 만나온 작가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와 위안이기
                  석된다.                                               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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