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PHOTODOT 2017년 9월호 VOL.46 S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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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일은 ‘도시와 건물이 주변과 어떻게 관계하는가’에 대한 탐색으로 건물
                  외면을 프레파라트처럼 시각화하는 작업을 한다. 철과 유리로 만들어진 물
                  체임에도 체온을 유지하는 생명체 같다는 감정에 이끌린 것이다. 그러나 무
                  생물에서 느낀 온화함은 ‘한눈에 반한 아름다움’이라는 일차적인 한계를 벗
                  어나지 못했다. 결국 작가가 말하는 이 작업은 물활론적 희망을 버리지 못한
                  욕망의 산물이다.

                              꼼뿌레샤 #01_05, Archival Pigment Print, 42×30cm, 2017






                                                                     … 그 즈음,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살아있는 무생물을 찾으러 어느 건물
                                                                     옥상에 올랐다.
                                                                     그 건물의 뒤편에는 높은 벽으로 가려진 채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곳은 복잡하지만 분명한 질서가 있는, 어딘가에 있을 법한 생명체를
                                                                     생산하는 공장 같았다. MRI 사진처럼 절단면 같기도 하고, 피부가 벗겨
                                                                     져 속살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 같기도 했다. 바닥에는 암호 같은 숫자와
                                                                     기호, 약호들이 난무했고, 외벽전체를 둘러싼 색면은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감추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전선들은 어디로 연결되는지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뒤엉켜 있고, 가느다란 철골은 어떤 방식으로든 서
                                                                     로가 연결된 뒤 걸쭉한 시멘트로 덮여졌다. 층이 올라가는 속도는 상식
                                                                     적인 수준의 공간감이나 물리적 시간을 초월했다. 어제의 바닥이 오늘
                                                                     은 천장으로 변모해있었고, 매끈했던 면에는 하루 만에 새로운 돌기가
                                                                     솟아났다. 네모난 구멍은 화려하고 깨끗한 색면으로 덮여졌고, 아래층
                                                                     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정도만 색이 바랬다. 가려지지 않은
                                                                     벽은 수분 함량 때문인지, 날씨 탓인지 칙칙해졌다가 맑아지기도 했다.
                                                                     허공을 물질로 채우는 과정은 짧고 기묘했으며, 충분히 스펙타클했다. …
                                                                     - 작가노트 中


                  작가는 네모반듯하고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보고, 온갖 선과 면과 색으
                  로 구성된 규칙적인 카오스 속에서 익사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권해일
                  또한 이성과 감수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려 노력하지만 결국 분별력을 상실케             1976 대구 출생
                                                                      학력
                  만든다고 고백한다.
                                                                      2017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미술교육과 박사수료
                  “저기 어딘가 모서리 한 칸 즈음이 너의 보잘 것 없는 삶의 낙원이 될 것이          2008    부산교육대학교 대학원 미술교육과 석사졸업
                                                                      2002    부산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니, 아무 의심하지 말고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듯 했다.” 자본          경력
                  주의적 산물로 가득한 도시는 그 층위가 쌓일수록 지배의 표상되어 가는데,            2017    고은사진아카데미 사진작품연구반 수료
                                                                      2016    고은사진아카데미 포트폴리오반 수료
                  그는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답 없는 질문을 던진다. 권해일은 순간의 성                 고은사진아카데미 사진작품연구반 수료
                  찰을 통하여 스펙타클은 이미지의 집합이 아니라 이미지에 의해 매개된 사             개인전
                                                                      2017    <꼼뿌레샤>,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 부산
                  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라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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