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PHOTODOT 2017년 5월호 VOL.42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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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스펙터클!
우리는 오후에 박물관을 겸하고 있는 방문객 센터에 들리게 되었다.
눈을 치울 때 사용하는 눈삽은 당장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작품을 떠오르게 하였다. 그는 미리 생각하고, 눈삽을 뉴욕의
철물점에서 구입하여 ‘부러진 팔에 앞서서’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리고 스튜
디오의 천장에 매달아 놓고 미술 작품이라고 불렀다. 예술가가 지명한 대량
생산된 기성품(이미 만들어진 상품; Readymade)은 기존의 미적 전통과는
많이 다른 것이다. 즉 예술 작품에 예술가의 기술을 반영하거나 예술가가 손
수 만들어야한다는 가정을 송두리째 부정한 것이다. 뒤샹은 예술가가 어떤
대상이든지 선택하면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레디메이드는 미
술작품을 “망막예술”(눈에게 봉사하는 것)에서 “지적예술”(마음에게 봉사하
는 것)로 바꾸어 놓았다. 결국 ‘아름다움’이라는 예술의 정의와 특징을 새롭
게 전환시킨 것이다. 뒤샹은 종종 자신의 레디메이드에 말장난처럼 제목을
정하였다. ‘부러진 팔에 앞서서’는 땅에서 눈을 치우는 삽의 기본적인 기능에
장난스럽게 말을 거는 것이다. 삽이 없을 때 눈을 치우게 된다면 사람이 미
끄러지고 넘어져서 팔이 부러질 수도 있다는 그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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