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PHOTODOT 2017년 3월호 VOL.40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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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수, 3hrs-Nova, Pigment Print , 20x30cm, 2016
《모나드Monad》展은 크게 세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창세기
6일간의 세상 창조 이야기’, ‘주역의 8괘 이야기’, ‘별의 탄생과 우주 이야기’ 표상하고 있다. 그런데 그 가상이 실재보다 더 구체적인 잠재태로 형성되어
로, 이 세 개의 테마는 각각 ‘색(色)’, ‘역(易)’, ‘공(空)’으로 이뤄진다. 세계의 있다면? 그것이 또한 하나이면서 여럿이 동시에 가능한 ‘모나드monad’로
시원에서부터 상상의 세계로 이어지는 작품들은 작가만의 독창적인 디지 구성되어 있다면? 그 모나드들이 ‘오토포이에시스(autopoiesis)’처럼 수많
털 이미지 프로세스인 ‘ORE Method’를 적용한 것이다. ORE Method는 은 변수에 따라 변동하고 결합하고 이동하고 조직되며 그때마다 다르게 결
구글에서 다운로드한 수많은 이미지들에서 형(形)을 없애고, 색(色)만 남기 정되는 것이라면. 이러한 의문과 함께 김영수의 작품을 다시 보니 보이지 않
는 방법으로, 컴퓨터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탄생한 작가만의 프 았던 ‘퍼텐셜’ 운동 에너지가 희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유일무이하고
로세스이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평균 한 달여의 시간이 요구되고, 수 환원 불가능한 ‘단 하나의 이미지’로 완결된 김영수의 〈모나드〉는 추상이지
천 컷에서 수만 컷에 이르는 사진들을 조합하여 만들기에 이미지의 용량도 만 구체적인 것을 넘어서는 퍼텐셜한 이미지다. 브라이언 마수미는 그의 책
10기가바이트에 이르기도 한다. 이미지의 설계에서부터 구현까지의 과정 『가상과 사건』에서 속속 출현하는 새로운 기술적 형상의 상황에서 ‘예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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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추체험 해보니, 상상력과 수고로움으로 점철된 작업시간이었을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가’를 제시하며, 예술의 역능(puissance)을
빌렘 플루서는 그의 미디어 이론에서 가상과 실재의 차이는 질적 차이가 아 사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김영수의 작품을 보면서 부딪히는
니라 양적 차이, 즉 밀도와 해상도의 차이라고 언급했는데, 김영수는 ORE 혼돈은 새로운 사진의 가능성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의 모나드는 그
Method를 통해 치밀하게 기획(project)된 가상을 높은 해상도와 밀도로 렇게 자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1) 추체험追體驗: 다른 사람의 체험을 자기의 체험처럼 느낌. 또는 이전 체험을 다시 체험하는 것처럼 느낌. -편집자 주 39
vol.40.indb 39 2017-02-22 6:3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