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PHOTODOT 2017년 3월호 VOL.40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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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의 아이러니를 담은 네 가지 시리즈
정주하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우리의 일상 속에 이미
잠재된 불안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다양한 형식과 포
맷을 선택했다. 기이한 풍경과 그 주변의 일상을 통해
그가 주시하는 것은 ‘허망한 아이러니’다. 전시는 원자
력 발전소 주변의 즐거운 일상과 아이러니가 만들어
낼 징후, 해운대의 이중성 그리고 고리와 해운대 사이
에 위치한 기장군의 어색한 풍경을 보여주는 네 개의
형식으로 구성된다. 임랑 해수욕장과 원자력 발전소
주변의 해안가 풍경을 밝은 톤으로 담아낸 ‘불안, 불-
안 Ⅱ’, 건물과 대상을 왜곡시킨 파노라마 사진으로 불
안의 징조를 시각화한 ‘소금춤’, 장노출로 사라짐을 표
현한 ‘바람 아래 물’, 그리고 그 사이의 기장 읍내의 사
람들과 풍경을 포착한 ‘기이한 場’이 바로 그것이다.
다시 출발점으로, 시작과 시작
정주하의 이번 도전이 의미 있는 것은 사진의 한계와
가능성을 끌어안으면서도 사진으로 표현 가능한 순간
을 포착하고 장면을 만들어내고자 했다는 데에 있다.
그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정주하의 작업이 복잡하
게 얽혀 있는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우리로 하여금 드러난 현상 이면
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고, 그 속에 숨은 불안의 징
조가 얼마나 우리 가까이에 있는지를 상상하게 만든
다. 사소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상에서 역사는 축
적되고 새로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의 작업 역시 자
신이 출발했던 시작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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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indb 94 2017-02-22 6:3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