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월간사진 2018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Ma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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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03
내 생애 최고의 필름카메라는 이것!
오랜 시간 필름카메라로 작업을 해온 작가들이 직접 경험한 손때 묻은 카메라에 대해 말한다.
성남훈, 엄상빈, 이종만, 지영철, 하형선, 홍상현, 이들은 과연 어떤 필름카메라를 최고라고 꼽을까.
에디터 | 박윤채 · 디자인 | 김혜미
루마니아 집시, 우이르, 프랑스, 1992
니콘 FE2
1989년 가을, 불안한 마음을 안고 프랑스로 유학길을 떠났던 시기에 그에겐 니콘 FE2가 있었다.
그가 이 카메라를 처음 마주한 곳은 종로 5가의 작은 카메라 가게. 당시 가장 인기 있는 니콘 카메
라는 FM2와 F3이었지만, 비용적인 부담 탓에 FM2를 메인으로 그리고 FE2를 서브로 구입했다.
두 카메라를 같이 사용하면서 그는 오히려 순발력 면에서 바늘침식 전자노출계와 오토노출 기능
이 장착된 FE2가 편리하다고 느꼈다. 파리의 이카르 포토 사진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도 그는 FE2
를 애용했다. 필름은 주로 관용도가 넓은 Kodak TMAX400을 800으로 증감해서 사용했다.
작가가 처음 개인작업을 시작할 때에도 FE2의 오토노출 기능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의 첫 작 -
업은 프랑스로 대거 이주한 루마니아 집시들을 주제로 한 사진이었다. 안정적인 노출 값과 작은 성남훈
크기의 니콘 FE2는 그들의 다이내믹한 동선을 따라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게 FE2로 1년
넘게 이어간 루마니아의 집시 작업은 파리 그랑팔레 ‘르 살롱 92’ 사진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하기도 했다. 그 후에도 성남훈은 자신의 고향을 떠나 살 수 밖에 없는 유민들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 FE2를 메고 슬픈 유민들의 여정을 따라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