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월간사진 2018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Ma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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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12, 1995, Toned Gelatin Silver Print, 50X60cm Chanel 2000 A/W Collection, JJ Magazine 2000년 9월호 #10
펜탁스 67
1994년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 재학 중이던 그는 한 선배로부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펜탁스 67을
넘겨받는다. 같이 딸려온 렌즈는 55mm F4(35mm 환산 28mm). 당시 니콘 F3와 24mm로 뉴욕의 근경
을 촬영하며 디테일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기 시작한 그에게 펜탁스67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중
형 포맷임에도 35mm 같은 기동성과 120필름 6X7cm 프레임이 주는 디테일을 지녔기 때문이다. 작가는
“일단 카메라의 단점들을 인정하고 수용한 후라면 펜탁스 67은 최고의 가성비를 지닌 전천후 카메라다.
독일 렌즈의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과는 다른, 일본 렌즈 특유의 부드럽고 따스한 색감을 지닌다. 더불어 풍
경사진, 인물·패션, 정물, 인테리어·건축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라고 장점을 열거한다. 순수 -
작업과 커머셜 작업을 병행하던 그에게 펜탁스 67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물론 단점도 있다. 35mm 일안 하형선
반사식 카메라를 그대로 확대시켜놓은 것 같은 큼지막한 바디와 덜컹거리는 셔터소리, 떨림 현상(미러쇼
크), 그리고 횡으로 움직이는 포컬플레인 셔터로 최고 1/1,000초와 1/30초의 느린 플래시 동조 등이 단
점으로 꼽힌다. 이후 안타깝게도 분실해서 지금은 함께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탁스 67은 그
의 인생에 있어 최고의 카메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