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월간사진 2018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Ma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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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97)스페셜4-다시아날로그(6p)-최종수정OK_월간사진  2018-02-22  오후 10:14  페이지 093







                   감성이 뭐길래
                   <트렌드 코리아 2018>이 발표한, 올해의 키워드 앞 글자를 따 만든
                   문구는 ‘WAG THE DOGS’다. 이는 본디 금융시장 용어로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을 갖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선물시장(꼬리)이
                   현물시장(몸통)을 좌지우지할 때 사용된다. 한 마디로 ‘주객전도’
                   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왝더독’ 현상이 금융시장을 넘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SNS가 대중매체보다,
                   카드뉴스가 TV뉴스보다, 인디레이블이 대형 기획사보다 인기를 끄
                   는 현상’ 등이 대표적인 예다.
                   위의 책이 선정한 2018년 트렌드는 ‘혼란과 불확실성 속에서 스스
                   로 자아와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다. 10개의 키워드 중 눈에 띄는
                   건 ‘소확행(What’s your small but certain happiness)’과 ‘워라
                   밸 세대(Generation work-life-balance)’, ‘나만의 케렌시아(Hide
                   away in your querencia)’다. 먼저, ‘소확행’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선보인 신조어다. 지금 여기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한다. ‘워라밸’은 일과 삶
                   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이
                   들은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불완전함을 그대로 수용하고, 긍
                   정적인 태도로 자기애를 높이며, 돈보다 스트레스 제로를 추구’한
                   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케렌시아’는 마지막 일전을 앞둔 투우장의
                   소가 잠시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공간인 케렌시아(Querencia)에
                   서 비롯된 말이다. 나만의 아지트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나의 행복’에 초점이 맞춰진,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키워드들이다.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불확정한 시대지만, 인간적인 감성만큼은 포
                   기하지 못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처럼 들린다. 아날로그 문화가 재
                   조명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최근의 아날로그 문화는 어
                   딘지 모르게 모순적이다. ‘향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소비’에                               록밴드 AC/DC의 <Dirty Deeds Done Dirt Cheap> 음반 표지
                   맞춰져 있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새로운 주류 문화로 격상된
                   아날로그가 인간의 수동적인 소비를 끌어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                                   LP 레코드판의 부활
                   문이다. 아날로그를 입고 인스턴트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보여주
                                                                                        아날로그 문화가 가장 깊숙이 침투해있는 곳은 음악시장이 아닐까.
                   기 식’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모든 것이 똑같은 세상에서 희
                                                                                        스트리밍 천하의 음악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성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내가 쿨하고 힙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LP 앨범 판매량은 2007년 99만 장
                   하다. 더 나아가서는 이를 따라하지 않으면 쿨하고 힙하지 않다는
                                                                                        에서 2015년 1,200만 장 이상으로 늘었고, 2014년 신규 LP 레코
                   것을 말하는 듯하다. 이는 주객이 다시 한 번 전도돼 천편일률적인
                                                                                        드판은 3억 4,680만 달러(약 3,740억 원)의 수입을 창출했다. 우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이는 인문학 열풍이
                                                                                        리나라도 이와 비슷하다. 2016년 1월~9월 교보문고의 LP 레코드
                   불었을 때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철학자만이 두둑한 인세를 챙겼
                                                                                        판과 턴테이블 판매 증가량은 전년 대비 각각 166%와 22%를 기
                   던 일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아날로그적인 가치가 얄팍한 이
                                                                                        록했다. 또한, LP 레코드판을 제작하는 공장이 다시 문을 열었으며,
                   해 또는 소비 가치로 변질되는 것을 생각해볼 시점이다.
                                                                                        빅뱅, 서태지, 아이유, 언니네 이발관, 장기하와 얼굴들 등의 가수들
                                                                                        도 LP 음반을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LP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
                                                                                        간도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와 홍대, 신사동,
                                                                                        청담동 일대의 LP바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눈여겨봐야할 점은 LP 레코드판에 관심을 갖는 10~30대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톰 비어리는 “아
                                                                                        이들이 레코드판을 사기 시작했어요. 자신들의 부모 세대가 아이팟
                                                                                        과 페이스북을 이용하기 시작하자 아이들도 뭔가 다른 것을 찾기
                                                                                        시작했어요. 부모가 사용하는 것들은 쿨하지 않으니까요.”라고 말
                                                                                        한다. 결국, ‘신선하고, 있어 보이는 느낌’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
                                                                                        한 호기심으로 LP에 관심을 가졌다가 턴테이블과 스피커 구매로 이
                                                                                        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중장년층은 다르다. 이들
                                                                                        은 ‘노스탤지어 소비’의 성격이 짙다. 이에 대해 홀브룩과 신들러
                                                                                        (Holbrook & Schindler)는 “노스탤지어란 사람들의 어린 시절이
                     아날로그 입문용으로 적합한 턴테이블 Voxoa T70                                      나 과거에 겪은 체험을 통해 형성되는 선호 경향”이라며, “이러한
                                                                                        형성과정에서 경험했던 문화 콘텐츠를 통해 치유의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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