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월간사진 2018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Ma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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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이너 김현석이 공개한 가습기 ‘MONG MONT’. 액자 속산 능선에서 수증기가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손맛이 주는 감성
“종이 노트는 전원도, 부팅 시간도, 동기화도 없다.”
아날로그 문구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종이의 촉감을 느끼며, 한 장
한 장 손으로 직접 꾸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스마트폰으로
메모를 작성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것이 편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인간적인 면이 없다. 종이에 손 글씨를 적어가며 잠시나마 자신의 주변
을 돌아보게 하는 ‘느림의 미학’은 각박한 세상 속 오아시스 같은 존재
임이 틀림없다. 입학·졸업 시즌에만 인기를 끌었던 만년필은 이제 스테
디셀러가 됐고, 다이어리와 종이 달력, 연필과 연필깎이 판매량은 해마
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건 몰스킨의 약진이
다. 몰스킨 노트는 ‘인터넷 시대의 가장 중요한 종이 제품이자 브랜드
로서 노트를 대체할 것 같았던 디지털 기술과 나란히 성장’하고 있다.
사진가 이이다 야스쿠니의 폴라로이드 사진. <종이의 신 이야기> 중에서
현재 몰스킨은 100여개 국에서 700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시가 총액은 수억 유로, 연매출은 1억 유로(약 1,330억 원)를 기록하
고 있다. 이러한 아날로그 문구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눈길을 끈
다. 모나미 스토리 연구소는 모나미 제품을 체험하는 것은 물론, 직접
만년필 잉크를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 ‘문구 덕후’
들에겐 성역과도 같은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쇄물의 약진도 인상적이다.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인
쇄물은 ‘인쇄 미디어에서 일하는 것은 쇠락한 공업 도시에서 사는 것과
비슷하다’는 표현처럼 빠른 시일 내에 죽음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호황기처럼 모든 인쇄 매체가 수익을
내는 건 아니지만, 매력적인 콘텐츠를 다루는 인쇄물들은 큰 사랑을 받
고 있다. 한 번 구매하면 계속 간직할 수 있다는 점이 디지털 매체의 휘
발성을 앞지른 셈이다. 책방의 열기도 뜨겁다. “한 주에 하나씩 서점이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흥 아닌 부흥을 맞고 있다. 개성 넘치는
북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동네의 작은 서점들이 새로이 조명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과 커피와 맥주 등을 즐길 수 있는 서점
에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데, 이는 서점이 지적 호기심 혹은
허영심을 채우고 싶은 현대인의 욕망을 채워준 결과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