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월간사진 2018년 12월호 Monthly Photography Dec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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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063)스페셜2_최종_월간사진  2018-11-21  오후 5:05  페이지 061





























                    리소프린트 스튜디오 ‘dahier’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예전부터 손으로 하는 프린트와 책 제본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 작품도 리소그래프                               현재 독일에서 민정화가 운영하는 리소프린트 스튜디오 ‘dahier’
                    인쇄를 이용했다. 오랜 시간 리소프린터를 갖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프린터를 놓을 공간과 수작업을 위한 독립된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
                    중에 2017년 베를린에서 100km 떨어진 게어스발데(Gerswalde)로 이사를 하게
                    됐다. 공간을 여유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돼서, 2,500유로(약 320만 원)를 지불하고
                    중고로 리소프린터를 구입했다. 잉크 드럼 두 개를 장착할 수 있는 제품이다.


                    리소그래프의 매력은?
                    평범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옵셋 인쇄(Offset printing, 컬러 편집물
                    을 제작할 때 4가지 색 CMYK를 조합해 인쇄하는 방식)와는 달리, 원하는 색을 지
                    정해 인쇄를 할 수 있어 자신만의 색과 질감을 인쇄물에 표현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한 가지 색으로 인쇄(1도)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위에 다른 색을 겹
                    쳐 새로운 색을 만드는 것(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프린트를 재해석한다고 생
                    각하면 된다. 또한, 2도 이상의 인쇄를 할 경우 망점(연속계조가 있는 사진이나 일
                    러스트레이션을 인쇄물로 재현하기 위해 스크린을 건 제판법으로 만드는 미세한
                    점. 일반적으로 도트라고 함)이 어긋나는 것도 매력적이다. 선명하지 않게 보일 수
                    도 있지만, 흔들림의 미학 같은 아날로그적인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더욱이 리소그
                    래프는 친환경적이다. 잉크 원료가 콩기름이기 때문이다. 프린트를 빨리 건조시키
                    기 위한 화학물질을 첨가하지 않아 작업 중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적다.

                    불편한 점이 있다면?
                    대량 인쇄가 불가능하다는 것. 종이와 잉크를 구매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드럼
                    가격 역시 비싸다. 드럼에 잉크가 채워져서 인쇄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잉크 수만
                    큼 드럼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 개에 800유로(약 100만 원) 정도 한다. 작가 입장
                    에선 드럼을 구매하는 것이 부담이다. 또한, 30가지 기본 컬러가 아닌, 커스텀 컬러
                    를 주문할 경우 대량으로 주문해야 한다. 게다가 새로운 잉크로 작업을 시작한 뒤
                                                                                     야생초와 꽃을 채집해서 스캐너 위에 올려놓고, 바로 리소그래프 인쇄를 실험 중이다.
                    2~3년이 지나면 잉크를 사용하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주변 리소프린트 스튜디오
                    와 함께 구매해서 나눠 쓰기도 한다. 잉크가 잘 마르지 않는 탓에 작업 시간도 상대
                    적으로 긴 편이다. 2도 인쇄 사진집 출판을 예로 든다면, 첫 번째 프린트를 한 뒤 이
                    를 잘 건조시킨 다음, 다시 그 위에 프린트를 하고 제본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정 시
                    간이 꽤 길다. 사실 잉크가 평생 안 마른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프린트된 종이
                    가 다른 종이와 맞닿았을 때나, 손으로 프린트를 문지를 때 잉크가 살짝 묻어난다.

                    리소프린트 작업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게어스발데에 거주 중인 여든 살 된 할아버지가 촬영한 사진. 1950-60년대 결혼
                    식 모습과 사람들이 일하는 장면, 자연 풍경을 촬영한 사진이다. 할아버지 혼자서
                    촬영·현상·인화를 한, 많은 시간이 흘러 둥글게 말린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너무 아
                    름다워서 한눈에 반했다. 할아버지의 오리지널 프린트를 갤러리에 전시했다. 그리
                    고 그것들을 리소그래프로 다시 인쇄해 100권의 사진집으로 엮었다. 사진집 제목
                    은 <번개가 스스로 사진을 찍었다(Der Blitz hat sich selber fotografiert)>. 할아버
                    지가 직접 지은 제목이다. 사진 덕분에 지역 주민들과 한층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                                dahier에서 출판한 사진집 <번개가 스스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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