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월간사진 2018년 12월호 Monthly Photography Dec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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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대 비엔날레의 해
                           이순심|사진가, 갤러리나우 대표

                  2018년, 유독 많은 비엔날레가 열렸다. 여러 도시에서
                  다양한 주제로, 게다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행사가 진
                  행되었다. 그야말로 역대 최대 비엔날레의 해라고 볼 수
                  있겠다. 올 한해 진행된 것만 꼽아도, 광주비엔날레(상상
                  된 경계들)를 비롯하여 부산비엔날레(비록 떨어져있어
                                                                                                                       대구사진비엔날레
                  도), 대구사진비엔날레(프레임을 넘나들다), 서울미디어
                  시티비엔날레(좋은 삶), 창원 조각비엔날레(불각(不刻)
                  의 균형), 부산서예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대
                  전비엔날레, 국제패션아트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
                  날레, 강원국제비엔날레 등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는 어림잡아 16개 이상
                  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올해는 유독 비슷한 기간에 집
                  중적으로 열렸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각 지역별로 진
                  행되는 비엔날레는 지자체가 그 주체가 되어 정치, 경제,
                  문화적 요소들을 예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표현하는 행
                  사다. 관객과의 소통,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결속을 도모
                  하기 위해 2년에 한 번씩 열린다. 하지만 비슷한 기능을                                                      문화예술계 미투(Me Too) 운동
                  하는 제도권 안의 미술관 행사와는 달리, 비엔날레는 유                                                       안소현|아트스페이스 풀 디렉터
                  기체적인 생명체와 같다. 간혹 편향적 문화 권력의 각축
                                                                                              2018년 법조계에서 시작되어 문화예술계로 번져나간
                  장이 되기도 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그
                                                                                              국내 미투 운동은 그 파급력뿐만 아니라 작동방식에 있
                  런 폐해가 반복되고 알맹이 없는 비엔날레들이 난립한
                                                                                              어서도 중요한 변화였다. 미투는 2016년 가을 시작된
                  다면, 어느 지점에서는 해체라는 쓴맛을 보게 될지도 모
                                                                                              ‘~계 내 성폭력’ 운동의 뒤를 이었지만 약간 다른 성격의
                  를 일이다.
                                                                                              힘이었다. ‘~계 내 성폭력’ 운동은 문화예술계의 특정 장
                  비엔날레는 지역적 특징을 살리면서도 예술 및 문화생태
                                                                                              르나 공동체 내 폭력의 특수성을 밝힘으로써 그 대안을
                  계가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
                                                                                              찾으려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피해의 특수성이나 폭력
                  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세계적 안목과 동시대를 관통
                                                                                              의 정도로 성폭력을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때로
                  하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시가 기획되고, 문화 권력이
                                                                                              문제의 본질과 어긋나기도 했다.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미투의 작동방식은 달랐다. 미투는 ‘위드유’를 통
                                                                                              해 학생, 노인 할 것 없이 확산되면서, 폭력의 특수성보
                                                                                              다 일반성에 주목했다. 그것은 폭력으로 인정되지 않던
                                                                                              일상적 행위로부터 성폭력을 구분해내려는 수직적 벡터
                           반가운 사진비평상의 부활                                                      뿐만 아니라, 연대와 확산을 통해 폭력의 일상성을 보여
                                                                                              주려는 수평적 벡터를 따랐다. 미투는 고통의 크기가 아
                           백승우|사진가
                                                                                              니라 고통의 편재를 이야기한다. 명확한 공동체의 범위
                  많은 행사들로 인해 미술계가 분주했던 한 해였다. 미술
                                                                                              를 정의하기 어려운 문화예술계에서 미투가 중요한 것
                  계와 사진계를 분리해 생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지
                                                                                              은 바로 그런 구조 때문이다. 미투는 집단 밖에서 에너지
                  만, 사진 자체의 언어들은 여전히 필요한 것 같다. 개인              제16회 사진비평상 수상자 김박현정 작품 <무용지물>  를 공급받고 반드시 자기동일성을 증명하지 않아도 충
                  적으로 올 한 해 가장 흡족한 뉴스를 꼽자면, 사진비평상
                                                                                              분히 기능하며, 부분을 교체하거나 대체해도 여전히 작
                  의 부활이다. 2014년 이후 중단되었던 상이 다시 생겨
                                                                                              동하는 ‘기계’다. 문화예술계 미투 기계의 폭발적 작동을
                  나서 기쁘게 생각한다. 사진비평상은 사진 매체로 작업
                                                                                              기대한다.
                  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그 시작점으로서 많은 상징성을
                  갖는다. 23명 수상 작가들의 노력 덕분에 부활되었다는
                  소식에 그분들을 돕지 못한 죄송함과 감사를 느낀다. 사
                  진비평상이 많은 작가들 등단하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
                  한다. 아울러 이 상이 더욱 젊은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건
                  강하게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나 역시 작업을 해오면서
                  받았던 상 중에서 사진비평상만큼 기쁘고 떨렸던 것은
                  없었다. 내가 경험했던 뿌듯함을 젊은 작가들도 느꼈으
                  면 한다. 아울러 이 상을 제정하고 이끌어 오신 김승곤 선
                  생의 건강을 기원한다.                                    제16회 사진비평상 수상자 오성민 작품 <N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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