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월간사진 2018년 12월호 Monthly Photography Dec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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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개관, 우려와 기대
이보성|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
2018년 부산은 ‘다이내믹 부산’이란 슬로건이 무색하
지 않게 다사다망한 한 해를 보냈다. 갑질 문제로 관장이
교체된 부산시립미술관이 개관 20주년 굵직한 전시들
을 소화해냈고, 前 전시감독의 폭로로 위원장이 교체된
부산비엔날레를 비롯해, 아트부산도 부산화랑협회가 개
최하는 BAMA와의 잡음들을 정리하며 한 해를 보냈다.
고은사진미술관 역시 관장이 교체되며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이런 다양한 이슈들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부산현대미
술관 개관’이다. 지어질 때부터 외형이 대형 마트와 같다
며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내부 설비 또한 미술관에 적합
하지 않다는 안팎의 지적도 있었다. 이와 함께 짚고 넘어
가야 할 부분은 첫 번째 사령탑으로 앉은 사람이 그동안 정재숙호, 자격 논란 딛고 순항할까
부산 미술계 내에서 새로운 실험들을 장려하며 기존 기 박이현|월간사진 에디터
득권 세력들과 길을 달리 해온 김성연이라는 것이다.
지난 8월 30일 정재숙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가 신임
김성연 관장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대로 ‘대안공간 반
문화재청장에 임명됐다. 현직 언론인 출신으로는 최초
디’를 만들고 이끌어나간 디렉터이자 작가였다. 반디에
이며, 여성으로서는 세 번째다. 정 청장은 스스로를 ‘문
온 힘을 쏟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부산 작가
화라 이름 붙일 수 있는 모든 것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만
들은 물론, 큐레이터와 비평가까지 국내외에 진출시켰
년 문화부 기자’라고 소개할 정도로 문화에 대한 애착이
다. 비록 반디가 문을 닫았지만 김성연의 행보는 멈추지 생각을 바꾸면 전시 공간이 된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선 당일 그는 “생활 속에서 오
않았다. 무엇보다도 부산현대미술관의 초대 관장으로서 김박현정|사진가
감을 건드리며 즐기는 문화재, 남북의 미래를 희망으로
기대에 부응하며 마트 같은 외관을 작가의 작품으로 리
“기금을 받아도 전시할 공간이 없다.” 동료 작가들과 왕 손잡게 하는 문화재를 기자정신을 살려 현장에서 찾겠
뉴얼해 여느 미술관 못지않게 바꿔놓았다.
왕 하는 말이다. 전시 공간은 많지만, 막상 전시를 하려면 다.”라고 말했다.
이런 성과만을 두고 봤을 때, 김성연과 부산현대미술관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기금을 받는다고 해도, 높은 대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신임 청장의 경력과 전문성이 부
관계자들은 충분히 칭찬받을만하다. 하지만 우려의 목
관료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최근 작가가 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동안 문화재청을 거친 수
소리도 있다. 많은 소란들을 잠재우며 성황리에 개최된
직접 나서서 전시공간이 아닌 공간을 전시공간으로 활용 장들은 문화행정 관료 출신, 고고학·미술사 석·박사 소
개관전은 아무리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함이었다고 하더
하는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한시적으로 지자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재열 <시사
라도, 앞으로 현대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제
전시가 열리는’ 공간들이 올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인>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화재청 공보관 정도로
시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조금 심하게 얘기하
‘써머 홀18’은 계약 만료를 앞둔 회화작가 두 명의 작업 쓰는 게 맞았을 것 같다. 문화재 관련 학위 하나 없고, 문
면, 시각적 장치들로 대중을 깨우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실을 일회성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킨 곳으로, 올 여름 한 화재청 관련 경력도 궁능활용심의위원회 위원 경력이
기호에 맞춰 영합하는 것이 그의 철학인양 느껴지기도
달 여간 유지됐다. 사진가들이 나서서 만든 공간도 있다. 전부다. … 문화전문기자와 문화재 전문기자는 다르다.
했다. 물론 속단은 금물이다. 미술관 운영은 단지 전시만
바로 ‘공;간극’이다. 박희자와 박동준이 공동 운영한 ‘공; 문화재 전문기자라고 할지라도 청장은 다른 문제다.”라
으로 평가받는 곳은 아니며, 전시도 이제 막 첫 발을 내
간극’은 12월 전시를 마지막으로 1년의 활동을 마무리 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하기도 했다. 실제 ‘2018년 국
디뎠을 뿐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개관전은 김성연의 큰
한다. 그리고 사진판매 플랫폼 ‘더 스크랩’이 두 번 열렸 회 국정감사’에서 정 청장은 자격 논란과 관련, 한선교
그림 속 아주 작은 한 부분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그에
던 ‘왕산로9길 24’도 비정기적으로 작가들의 전시공간 의원의 집중 질타를 받으며 진땀을 흘렸다.
게 반디가 첫 걸음이었던 것처럼.
으로 사용됐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전문성, 행정력 논란을 딛고, 그의
이런 공간들의 공통점은 작가가 직접 나서서 전시 홍보 말처럼 취재활동을 통해 쌓은 경력으로 문화재 보존·관
를 한다는 것. 특히,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리를 강화할 수 있을까. 여기서 더 나아가 문화재청 비리
이용한다. 전시가 어느 정도 알려지면, 인스타그램 피드 척결 및 조직 쇄신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까. 부디 문화
에는 전시 전경과 작품 사진들이, 트위터 피드에는 솔직 재 마피아에게 단번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 전시 후기와 짤막한 전시 비평글이 뒤따른다. 작가 입
장에서는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폭넓은 홍보가 가능
하고, 관객 입장에서는 현재 열리는 전시와 반응을 단숨
에 파악할 수 있다. 전시 홍보 방식이 전시 공간의 변화
와 맥을 같이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올 한 해 전시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에까
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느낀다. 더 나아가서는 ‘전시’ 자
체 형식에 의문을 던지는 전시들로 이어지고 있다. 다가올
2019년 전시를 둘러싼 변화들이 어떤 흐름으로 지속될
지, 어떤 형식으로 변주될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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