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자치분권_본문_조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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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백이 황소가 하늘에는 석근 별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 곳,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또래 아이들에 비해 특별히 다를 것 없는 유년시절을 보냈다. 다만
차이가 있었던 것은 유별난 아버지의 교육열이었다. 농사는 한해 망쳐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도 다음 해에 다시 잘 지으면 되지만 자식 농사는 때가 지나가면 다시
흙에서 자란 내 마음 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당신의 철학이었다.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아버지는 막내인 필자를 제외하곤 모두 코흘리개 초등학교 때부터
함부로 쏜 활살을 찾으려
서울로 유학을 보냈다. 4남 3녀 중 4남매를 대학까지 보내셨다. 어느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촌부의 우골탑 牛骨塔이 달리 있지 않았다.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어느덧 지금의 필자는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돼버렸다. 늦둥이를 두
어 겨우(?) 3남매를 키워도 버거운데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히 마법 같
傳說[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의 경우는 우골탑 牛骨塔보다는 부골탑 父骨塔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이라 불러야 더 맞을 것이다.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지고 이삭 줏던 곳, 어린 자식을 모두 타지로 떠나 보낸 무릎 밑이 허전했던지 막내인 필
자만은 늘 당신의 옆에 두었다. 장성한 후 이유를 여쭈어보니, 그래도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말벗 하나는 곁에 있어야지 않겠냐는 아버지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그
렇다고 마냥 응석받이로만 키우신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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