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자치분권_본문_조승현
P. 33

얼룩백이 황소가                    하늘에는 석근 별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 곳,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또래 아이들에 비해 특별히 다를 것 없는 유년시절을 보냈다. 다만
                  차이가 있었던 것은 유별난 아버지의 교육열이었다. 농사는 한해 망쳐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도 다음 해에 다시 잘 지으면 되지만 자식 농사는 때가 지나가면 다시
 흙에서 자란 내 마음      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당신의 철학이었다.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아버지는 막내인 필자를 제외하곤 모두 코흘리개 초등학교 때부터

 함부로 쏜 활살을 찾으려
                  서울로 유학을 보냈다. 4남 3녀 중 4남매를 대학까지 보내셨다. 어느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촌부의 우골탑 牛骨塔이 달리 있지 않았다.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어느덧 지금의 필자는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돼버렸다. 늦둥이를 두

                  어 겨우(?) 3남매를 키워도 버거운데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히 마법 같
 傳說[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의 경우는 우골탑 牛骨塔보다는 부골탑 父骨塔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이라 불러야 더 맞을 것이다.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지고 이삭 줏던 곳,  어린 자식을 모두 타지로 떠나 보낸 무릎 밑이 허전했던지 막내인 필

                  자만은 늘 당신의 옆에 두었다. 장성한 후 이유를 여쭈어보니, 그래도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말벗 하나는 곁에 있어야지 않겠냐는 아버지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그

                  렇다고 마냥 응석받이로만 키우신 것은 아니었다.





 32  자치분권 민주주의 열매를 나누다                          민주주의 열매를 키우고 나누는 자치분권   33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