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2 - 죽산조봉암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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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며 매상의 성패가 오직 비료 문제에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농민들의 요구>
농민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하나) 작년의 쌀값과 비룟값과 비교해 올해는 비룟값이 너무 많이 올
랐다.
(둘) 비룟값이 1,200원으로 OOO도 비료 현품만 갖다 놓고 나라를 위
하여 쌀을 갈O다 .
(셋) 당국의 지정한 운임으로는 비료를 면까지도 운반할 수 없다.
(넷) 초산 암모니아와 유산 암모니아 이외의 비료는 토질에 맞지 않아 받
기 싫다. 현재 비료가 전달되지 않은 곳이 많아 공판장에서 벼를 파는 농
민의 손에는 앞으로 비료를 준다는 전표와 비룟값을 제한 현금만이 쥐어
졌고 그들은 불안한 근심과 걱정(憂愁)에 잠겨있다. 선량한 농민들이 대
한민국 정부를 의심하게 된 이유는 어디 있나.
<군정 실책이 유죄>
농민들의 고백에 의하면 이는 과거 군정 3년간의 실책이 주는 여파라 한
다. 첫째 보상물자로 나온 고무신 등의 값은 쌌으나 뒷거래 물건보다 질
이 훨씬 나빴다. 둘째로 비료를 준다고 전표를 주었으나 지방관리들이 보
상물자를 팔아먹는 일이 많았고 수많은 농민이 비료를 받지 못하였다. 결
국 피땀과 영농비를 들여 지은 벼를 헐값에 팔아 ‘뒷거래’로 비료를 사 막
대한 부채를 거머쥔 채 무늬만 지전료를 손에든 농민은 그들이 선량하면
할수록 그 전표가 또다시 공수표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함은 당연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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