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죽산조봉암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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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소쿠(正則) 영어학교 엽서사진. 관동대지진 이후 모습으로 추정된다.
19세기 유럽에서부터 유행한 엽서 사진은 현재의 다큐멘터리 사진과 비슷한 기능이 있
었다. 엽서의 발달은 제국의 신민 /국민들이 특별한 모험가가 아닐지라도 먼거리를 빠
른 시간안에 도달하는 기차와 증기선 덕분에 '여행'이라는 문화가 생겨났음을 알려준다.
특히 식민지 개척으로 인해 상상만 하던 낯선 타국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이 가능해졌고
이 사건은 제국의 시선이 확장되는 것을 의미하여 제국의 근사한 영토와 이국적인 생활
세계가 깨알같이 사진으로 기록되었다. 엽서를 주고받는 사람들은 제국과 식민지를 식
별하며 그 곳의 경험을 고대하고 자신도 제국의 근대인이 되는 상상을 하였다. 즉 과거
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이주'가 근대인의 새로운 욕망이 되었고 성공을 위해 식민
지로 여행-모험을 떠나는 제국인과 생존을 위해 이주를 선택해야 하는 식민지인들은 제
국이 만들어 놓은 그 길 속에서 엽서사진을 보며(훔쳐보며) 자신이 떠나온 곳을 추억하
고 가야할 곳을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제국의 풍경이 되어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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