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전시가이드 2022년 1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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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 Heung Woo_Dance, Acrylic on canvas, 2022






        신흥우의 물질회화와 유쾌한 그로테스크




        글 : 김성호 (미술평론가


        삼인칭 복수와 일인칭 복수의 경계 : 신흥우의 사람들                   정체성을 찾기’이자 동시에 '특수자 현대인의 세세한 일기 쓰기’ 에 다름 아니
                                                        기 때문이다. 신흥우가 그려내는 사람들의 이미지는 대상을 전제로 한 재현
        ‘신흥우가 그리는 사람들’이란 그의 인생 속에서 스치고 지나간 수많은 특수       (representation)이 결코 아니다.  그의 심상 속에 자유롭게 유영하는 이미지
        적 인물들이 서로 녹아들고 스며들면서 중화되거나 복합된 ‘익명의 보편적 인       들을 그저 현실계로 투영시켜내고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다분
        물들’ 이미지로 나타난다.                                  한 표현(expression)이라 할 것이다.

        오랜 파리 유학(1991-2003) 시절 동안, 만났던 많은 사람들의 얼굴들 만큼이  작가 신흥우는 마치 생명을 만들어내는 조물주처럼 자신의 드로잉에 뼈와 살
        나, 그의 그림에 나타난 사람들은 인종과 성별, 나이, 외형별 모양새는 제각각     을 만들어 입힌다. 그가 만드는 사람들은 때로는 색소폰이나 첼로를 다룰줄 아
        의 다양하지만, 그들은 그 어떤 특수자만으로 지칭되지 않는다. 그들은 보편       는 음악전문인과 같은 인물들로 구체화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개
        과 특수를 오간다. 그것은 전체와 획일성의 그물 사이에서 찾아내는 알록달        그가 빚은 피조물들은 대부분 익명의 보편적 인물들이다. 즉 그것들, 그들, 혹
        록한 사람들의 개별 이야기이자 모든 이들의 이야기가 된다. 신흥우의 사람        은 그녀들이라는 3인칭 복수들은 통칭시킨다. 그(녀, 것)들은 도시의 빌딩 숲
        그리기라는 직업은 복잡다기한 정체성을 살고 있는 ‘보편자 현대인의 포괄적        을 헤치고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거나 한바탕 댄스파티가 벌어지는 장에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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