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전시가이드 2023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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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  문의 0
                                                                     자료는
                                                                          ar
                                                                           t1004@hanmail.ne
                                                                                                7 (이문자 편집장)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전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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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에서 오는 소리(염원), 72.5×60.5cm, 캔버스에 혼합재료, 2022    전통에서 오는 소리(염원), 72.5×60.5cm, 캔버스에 혼합재료, 2022










            며, 다시 보면 그 모든 것을 말해 줄듯 말듯 한 아주 신비한 모습이다. 보다 세   펼쳐 우리를 꼭 안아 안아주는 모습, 어깨를 토닥이는 모습 등으로 등장한다.
            세히 살펴보면, 두 반가사유상은 의자에 걸터앉아 왼쪽 다리는 내리고 그 무       이렇게 나의 작품에서의 두 반가사유상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으로 우리
            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얹은 자세, 오른쪽 팔꿈치는 무릎에 놓고 손끝은 오       후손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나는 두 반가사유상의 자
            른쪽 뺨에 살포시 괴이고 머리는 살며시 숙이고 있다. 또한 얼굴의 콧날은 오      유로운 모습,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자연율, 우연성이 잘 드
            뚝하고 눈은 지그시 반안으로 뜨고 있으며 입술은 옆은 미소를 띠고 있다.        러나는 깎아내는 방식의 작업을 선택했다. 다시 말해 두 반가사유상과 선녀,
            두 반가사유상은 6〜7세기 금속 가공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 경지에 있었는        아이, 여인, 문, 탑, 나무, 계단, 천도복숭아 등의 소재 위에 금분, 은분, 돌가루
            지 알 수 있는 한국 문화의 정수이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야스퍼스Jas-     등의 혼합재료를 두텁게 발라 말린 후,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형태, 선, 색
            pers(1883〜1969)는 신라에서 만들어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되는, 일  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거침없이 깎아 내기를 반복하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본 국보 제1호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교토 고류사 영보전)을 보고 "인간        분위기가 괜찮거나 진리의 실마리가 드러났다고 생각되면 끝내었는데, 그 결
            이 만들 수 없는 예술품" 이라고 극찬했다. 알다시피 일본 고류사의 반가사       과는 모든 것이 뒤엉켜 있거나 소멸되어 감추어져있는 듯 보인다.
            유상은 한국의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똑 같다. 다름이 있
            다면 한국 반가사유상은 금동으로, 일본 반가사유상은 목조로 제작되었다          자연율, 우연성이 만든 화폭의 세상은 그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강렬한 회화
            는 것이 다를 뿐이다. 어떻든 사유의 방에 전시된 두 반가사유상 역시 야스       적 표현을 가능케 한다. 얼핏 보면 명확한 실체가 없고 완성의 끝도 없으며
            퍼스의 말대로 신이 손에 의해 제작된 예술품으로 보여 지는 아주 신비한 불       그림자를 그려놓은 것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예상
            상으로 비춰진다.                                       치 못한 선과 색채 등의 조형언어가 화면을 뚫고 나와 중력처럼 마음을 끌어
                                                            당기는 생명력을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메마른 땅에 새싹이 돋아나듯,
            회화繪畵는 우리 선조들의 후손들에 대한 사랑을 실어 나르는 매체가 되기         안개에 뒤덮인 꽃들이 햇빛에 반짝이듯, 곳곳에는 순수하면서도 강한 생명력
            도 한다. 그 동안 나는  두 반가사유상이 세대를 관통하며 깊게 사색한 이유      이 보석처럼 빛난다. 물론 나의 작품을 이해하고 감동,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를 엿듣기 위해 몇 번이고 사유의 방을 다시 찾았으며, 그 결과 그들의 메시      만 꿈과 바람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우리 모두가 공존, 공생할 수 있는
            지는 나의 작품 제작 의도와 연결, 생생하게 살아나 교훈이 되고 있다. 이른      해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떻든 나의 작품은 행복을 상상하게 하거나 희
            바 나의 작품에서의 두 반가사유상은 고요하게 앉아 사색에만 잠겨 있지 않        망의 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인도하는 그림이다. 아무도 모르는 미래를 보게
            고 신화처럼 숨을 쉬며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으로 등장 한다. 두 손을 펼친      될 것이며 영혼을 관통하여 내세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슬픔
            모습, 서 있는 모습, 돌아 않아 있는 모습, 대화하거나 합창하는 모습, 두 손을   과 좌절, 억울함과 분노, 근심과 걱정 등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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