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5년 07월 - 이북용
        P. 37
     산상대결_20F_캔버스에 아크릴화_2024
                                        내가 일등이야_4절_종이에 색연필화_2021       롤플레이_54x77cm_종이에 연필, 볼펜, 싸인펜, 색연필 드로잉_2019
            이 얼마나 조용하고 성실하게 축적되었는지를 우리는 아카이빙을 통해 비로         소개되었다. 프로그램 속에서 그는 자신의 로봇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설명하
            소 이해하게 된다.                                      고, 마치 세계의 지도처럼 그림을 펼쳐 보였다. 그 모습은 단순히 “장애를 극
                                                            복한 예술가”가 아니라, 세상을 감각의 질서로 번역해내는 창작자로서의 면
            장애를 지닌 예술가의 작업은 종종 감동의 서사로 소비된다. 그러나 《꿈꾸는       모를 보여주었다. AI와 로봇이 일상화된 지금, 황성제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
            산책자》는 그 시선을 전복하고자 한다. 황성제의 작업은 자폐라는 특정한 진       의 우정을 예술로 실현하는 작가다. 작가의 로봇들은 그저 그려진 존재가 아
            단명에 의해 제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감각 구조를 창작의 언어로 전환하       니라, 감정을 지닌 친구이며, 감각의 대리자다. 우리는 그 친구들을 통해 황성
            고, 그것을 통해 동시대 예술의 지형을 확장한다. 아카이빙은 그가 이룬 감각      제의 마음속 세계에 초대받는다. 《꿈꾸는 산책자》는 그런 의미에서 단지 회화
            의 구조, 반복의 질서, 몰입의 깊이를 하나의 예술적 언어로 제시한다. 전시장     전시가 아니라, 한 존재의 감각과 속도, 창작의 다정함을 존중하는 경험의 장
            에는 관람객이 감상 후 작가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우편함이 놓여 있다. 이는     이다. 우리는 전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누구의
            작가와 기획자 간에 실제 주고받은 편지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대면이 어       로봇이었고, 누구의 친구였던가? 우리의 감정은, 어떤 감각의 언어로 살아 있
            려운 이들과 작가 간의 '느린 소통'을 가능케 한다.                   었던가? 예술은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번 전시는 그 이야기를 듣
                                                            는, 가장 조용하고 다정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정을 실천하는 예술, 미래를 닮은 감정들
                                                            “감각과 수집의 반복으로 태어난 예술…접근성과 포용성까지 담아낸 기획전"
            황성제의 작업은 감동적인 스토리를 넘어, 미래를 향한 예술의 태도를 묻는        이 7월 17일(목)부터 28일(월)까지 한새갤러리 (부산광역시 연제구 거제동 /
            다. 작가의 삶은 최근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통해 대중에게도    기획 위케이션(Wecation co.)에서  진행된다.
                                                                                                       35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