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5년 07월 -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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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 석굴암 극락전의 분합문 궁창, 토끼와 거북 그림
                                                            회화적 기법이 보인다.
                                                            단청에서 거북은 시대적 배경에 따라 그 표현 방식과 상징성이 조금씩 다르다.
                                                            민화에서도 거북은 십장생도(十長生圖)에 장수와 복, 정직을 상징하며 단순화
                                                            된 모습으로 사슴이나 학 등 다른 동물들과 함께 그려졌다.
                                                            서양 회화에서 거북이를 소재로 그린 작품은 흔치 않지만, 현대미술의 거장
                                                            인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가 1908년에 그린《목욕하는 사람들과 거북
                                                            (Les Baigneuses avec une tortue)》이란 작품에 거북이가 등장하고 있다.
                                                            이 그림에서 거북이는 단순한 배경 요소가 아닌 상징적 매개로 그려졌으며,
                                                            당시 그가 지향하던 표현주의적 색채 실험과 구성의 단순화가 잘 드러난 작
                                                            품 중의 하나이다.
                                                            세 여인들은 모두 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거북이는 시간의 느림과 침
                                                            묵을 상징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목욕이라는 행위 자체가 내면을 정화하면
                                                            서 고요한 상태로 진입하는 의식 처럼 느껴진다. 또한 인간이 벗은 몸으로 자
                                                            연과 교감하고 있는 장면에서 거북이는 자연적 존재로서 인간과 자연의 교감
                                                            을 암시하고 있다.
                                           신무문 홍예 천장의 거북도
                                                            화면 중심 하단에 있는 거북이는 그림 속 인물들이 모두 아래를 향하고 있어
            고 있는 주제로서 우주와 인간 사이의 연결, 생명에 대한 관조, 자연과 인간      시선의 중심점 역할을 하며, 구도를 안정시키는 시각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의 관계를 사유하게 만드는 상징적 존재로 다양한 시대의 작가들에 의해 재        마티스는 이 시기 파란색, 녹색, 붉은색 계열을 대담하게 사용하며 감정 표현
            해석되어 왔다.                                        에 집중했는데 이 그림에서도 배경의 푸른색 계통과 인물의 피부색이 강한 대
                                                            비를 이루며 인체는 자연스러운 해부학적 비례보다는 평면적이고 간결한 윤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神武門)의 홍예 천장에 그려진 거북 그림은 단청의 상       곽선으로 표현하였다. 이는 고전적 이상미보다 감정과 분위기 전달에 더 집중
            징성과 보호적인 역할을 강조하였다. 거북은 장수와 안정, 그리고 신성함을 상      하는 표현주의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세 명의 여성은 삼각형 구도로 배치되
            징하는 중요한 동물로서 단청에서 흔히 신성한 공간을 지키는 역할을 하였다.       어 화면에 안정감을 주고 있으며, 거북이는 이 구도의 중심에서 조형적 긴장감
            천장에 그려진 거북은 자연과 우주적인 질서를 상징하며, 화려한 색조는 궁궐       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티스는 목욕하는 인물이란 고전적 주제를 차용
            의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신무문에 그려진 거북은 선이 명확하       하되 색채와 구도는 단순화시키고, 거북이라는 이질적인 존재를 끼워 넣어 단
            고 규칙적이며, 전통적인 회화 기법이 반영되어 있다. 거북은 단순히 동물이       순한 동물이 아닌 정지된 시간의 화신처럼 느껴지게 유도하고 있다.
            아니라 그 자체로 신성함과 영원함을 표현하여 회화의 기법으로 그린 감동을
            넘어선 상징적 의미가 크다.                                 마티스는 자신이 한 말 중에 '나는 예술이 일종의 안락의자처럼 되기를 바란
                                                            다. 피곤한 사업가가 편히 쉴 수 있는 곳처럼....' 이란 말에는 예술이 심오하거
            반면 의정부 석굴암 극락전의 정면에 달린 분합문 아래 궁창에 그려진 거북        나 고통스럽다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휴식을 주길 바라는 그의 예술관
            그림은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불교적 문맥을 담고 있다. 거북은 불법(佛      이 잘 드러나 있다. 우리 전통 단청에서 거북은 안락의자 이상으로 피곤한 사
            法)과 깨달음을 지키는 상징으로 불교적인 의미를 더하여 토끼라는 동물과의        업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안식과 여유를 주는 존재로서 지금까지 면면
            상대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그려졌다. 자연의 생동감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히 이어져 오고 있다.
            거북이의 특징을 강조하면서도 그 형태나 선, 색감에서 더 부드럽고 유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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