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전시가이드 2025년 07월 -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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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개인전 오픈 퍼포먼스 시연중인 Alain Jouve ⓒADAGP /  (우) 아틀리에에서 작업 중인 이희자 작가 ⓒADAGP










            회에서 “꽃”은 더 이상 수동적 개념으로 존재해서는 안된다. 탐욕적으로 난포      문화 풍자 속에는 역설적으로 절대 위상을 차지한다.
            가 달린 줄기를 뻗어 생식을 위해 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또한,
            ‘풍요’를 상징하는『돼지』시리즈에 천착함으로써, 생식을 통한 자기 복제와 번      결론적으로,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서도 이희자 작
            식에 의한 번영은 작게는 국가의, 나아가서는 인류 전체의 본능이며 의무라는       가의 그림에서는 번식이 생존에 우선한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으로 볼 때, 생
            메시지를 청년세대에게 던진다. 궁극적으로 이희자 작가는 <증식>과 <역동        존은 번식의 이유이고 과정이다. 생존의 목적은 번식에 있고 번식의 이유는
            적인 생명력>을 테마로 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      생존에 있지만 여기서 유념할 점은 생명의 단위를 개체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를 추구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희자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가던 연령층은 ‘      점이다. 유전자적 관점과 집단적 관점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생물학에서 생
            다산’과 ‘산아 제한’ 사이의 인구문제 갈등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던 세대이기       명이라 함은 생명체 하나의 개체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가는 연
            때문이다. 여기서 필자는, 동일한 주제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관점이 당대의 글      속성까지 함의가 된 개념이다. 그리고 번식을 말할 때는 항상 양육이 함께 고
            로벌 정치 사회적 스탠스에 따라 어떤 양상으로 ’동서양 문화 시각 차’를 보여     려돼야 한다. 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지, 서식환경의 열악함이란 생존환경의 열
            주는지 잠시 비교 분석해 보고자 한다. 프랑스 마콩 지역의 미술학교 출신의       악성인 동시에 번식환경의 열악성을 뜻한다. 식물 또한 다르지 않다. 이렇듯
            알랭 주브(Alain Jouve)는 이희자 작가와 마찬가지로『돼지』를 즐겨 그리지만,   자연생태계에서는 모든 생존시계가 번식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원인과 배경은 전혀 다르다. 프랑스 문화권에서 동물로서 인식되는 <돼지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복잡한 사회적, 문화적 존재이다. 우리는 단순히
            >는 사회적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인물’의 은유 대상이다. 또한 ‘허영심’이 가    본능에 의해 번식하지 않으며, 번식을 결정하는 요소는 개인적인 선택, 경제
            득한 대중문화의 특성을 작은 돼지 인형에 담아서 표현한다. 알랭 주브는, 지      적 여건, 심리적 상태 등 다양하다. 물론 본능적으로 생명을 잉태하려는 욕구
            난 4월 4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개인전>에서 인간 군상들이 그 내면에 품     는 존재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 본능이 언제나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른다고
            고 있는 다양하고도 비열한 ‘동물적인 속성’을 돼지라는 일종의 ‘가면’을 씌우     보기는 어렵다. 이제 우리는 ‘번식’이라는 선택이 과연 ‘우리’만을 위한 것인지,
            고 나서, <회화>를 의미하는 불어 Peinture의 철자를 Peint(그리다)와 hures(  아니면 사회적 요구나 외부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
            돼지 대가리들)이라는 합성어로 둔갑시키는 말장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른바        다. 필자의 상식에 의하면, 번식은 ‘자연의 본능’이면서도 동시에 ‘개인적인 선
            알랭 주브의 『돼지 초상화』시리즈의 선포식이다. 작가는 시점과 구도의 왜곡       택’이라고 확신한다. 번식을 통해 자녀를 낳는 것이 반드시 모든 사람에게 적
            을 통해 관객들을 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마주하게 하는 동시에 관객들이       합한 길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부모가 되지 않는 선택도 충분
            돼지들의 다양한 생김새와 표정 속에 투영된 작은 디테일까지 감상하는 과정        히 존중해야 할 권리로 인정받고 있다. 자아를 실현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는
            에서 카타르시스를 발산하도록 유도한다. 각 그림의 아랫 부분에는 작은 삽화       것도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알랭 주브 작가처럼 이희자 작가
            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곧 「제단화(프레델라)」의 세속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역시〔ADAGP 글로벌 저작권자]로써, 대다수 동물은 단지 살기 위해서 먹는데
            것으로, 마치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보아왔던 작은 돼지들을 묘사한 일종의       반해서 인간은 먹기 위해 살기도 하는 이상 인간은 생물학적 생존과 번식만이
            동요인 셈이다. 물론, 돼지라는 동물은 창세기의 <노아의 방주> 신화에서도       아니라, 즐거움과 소통 같은 감정과 문화적 배경 때문에 먹이의 ‘맛’에 천착하
            짐작할 수 있듯이 신성하게 여기던 동물이 아니었기에, 고귀한 회화에서는 거       는 인간만의 특징을 작품 속에 거침없이 반영해 주기 바란다.
            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알랭 주브가 묘사한 현대사회의 세속적인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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