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전시가이드 2025년 07월 -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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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여행_mixed media on canvas_120x200cm_2016
2025(2025.5.22.-5.25./COEX)에서 본 카사의 작품에서 콜라주가 눈에 띄지는 국/1928-1987)도 <마릴린>을 다양하게 반복 제작한 바 있지만, 모네는 시시
않았지만, 작가에게 있어 이는 단순한 표현 방법으로서의 심미적 차원에 머무 각각 변화하는 빛에 따른 인상을 쫓아서 기록하려 한 것이었고, 뭉크는 자신
르지 않고 개인적이고도 문화적인 서사를 상상과 비서사적 풍광으로 전환하 이 느꼈던 불안과 공포의 감정을 구도나 재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내려 한 것
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표현 방식으로서 작용하고 있기에 기억과 시간의 누 이었고, 워홀은 대중적 이미지의 소비와 반복을 통해 현대 사회의 속성을 드러
적과 중첩으로서 재구성되는 핵심적인 요소로 봐야 할 것이다. 내려 한 것이었기에 이들에게 있어 동일한 제목에 따른 다양한 버전은 필유기
연(必有其然)이었다. 그렇다면 카사에게 있어 동일한 제목의 시리즈는 무엇을
카사는 <사막 여행>과 <기차 여행> 외에도 다양한 이동 수단을 즐겨 그렸는 위한 것이었을까. 어떻게 보면 그것은 단지 마음에 드는 제목이라서, 아니면
데, 정 대표도 언급했듯이 유목민(nomad)의 유전자적 특성 때문에 아프리카 마음에 들 때까지 그려보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생각이 드는데, 그에
인들에게 있어 이동 수단은 중요하게 고려된다고 한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 게 있어 작품 제작의 전반적인 계획은 모네나 뭉크, 워홀처럼 밀도 있고 치밀
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현재의 동시대에 있어 여러 이유 한 계획 하에 수행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
에 의해 디아스포라(diaspora)가 만연하기 때문에 유목민적 특성은 더 이상 넓게는 아프리카 작가들만의 유연한 작업 방식일 수도 있겠는데, 만약 새로운
특별하지 않아서 이동 수단이 커다란 특징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아 주제에 대한 열망이 결여된 것이라면 문제는 다를 수 있다.
동화를 연상시키듯 이동 수단에 마을의 거리 모습을 아기자기하게 투시적으
로 표현해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중요한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즉각적으 피카소(Pablo Picasso/에스파냐/1881-1973)가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삼았던
로 알아볼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였다. 낙타로 연상되는 동물은 긴 다리가 모두 영적이고 주술적인 힘을 지닌 아프리카 작품을 아프리카 출신 작가에게 기대
기저선으로 보이는 땅에 맞닿아 있는데 유독 오른쪽 앞다리 밑 부분만 사다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작가가 살고 있는 환경 - 지금 그 환경이 아프리카일
리와 겹쳐 그림에서 사라져 버린 것도 아동화에서 흔히 보이는 실수처럼 처 뿐 – 속에서 작가만이 느낄 수 있는 유일무이한 느낌의 표현을 원한다. 음파
리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두나 릴랑가가 추구하는 목적 지향적 의도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카사에
게 있어 이 모든 것은 이제 시련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꿈속을 노니는 듯 상
<사막 여행>과 <기차 여행> 모두 여러 버전이 있는데 동일한 주제로 왜 여러 상력 가득한 그의 작품들은 다층적인 시선과 시점을 공존시키는 자유롭고 독
점을 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예전 작품보다 최신 버전이 더 좋다고 말하 창적인 공간 표현을 완결한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맞물려 상상과 콜라주
기 어려운 것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새로운 해석이 부여되거나 문제점이 해결 로 구현된 비서사적 아프리카 풍광은 내러티브적 힘을 지니며 아프리카를 진
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주제와 유사한 구성으로 단순히 여러 점을 그린 것 하게 각인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에 그의 새로운 다른 작품들도 기대를
으로 보인다. 물론 모네(Oscar-Claude Monet/프랑스/1840-1926)의 <수련> 갖고 기다려본다.
을 비롯하여 뭉크(Edvard Munch/노르웨이/1863-1944)의 <절규>도 판화를 (작품 제공: 갤러리 통큰 정해광 대표)
제외하고도 재료나 구도에 따른 다양한 버전이 있고, 워홀(Andy Warhol/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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