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전시가이드 2025년 07월 -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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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큰 울림
글 : 장소영 (수필가)
그 선수 말마따나 모두 행복하면 된 거다. 눈물로 녹아 흐르는 지나간 시간이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
며칠 동안 우승의 흥분과 여운이 채가시지 않아 야구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해 온 결과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감동이 일렁인다.
몰랐다. 영광의 순간도 좋았지만 두 선수의 인간 승리가 더 마음을 울린다.
그 곁에는 작은 키로 2루를 책임지는 한 선수가 미소 짓고 있다. 경기장 중
타 팀에서 와 올 초에 타이거즈 안방마님이 된 주전 포수 김태군이 있다. 얼 앙에 작은 체구로 내야를 누비는 선수가 있다. 누군지 말할 필요도, 찾지 않
마나 벅찼을까. 얼마나 오랫동안 오매불망 그리던 승리의 포수였을까. 그는 아도 ‘아! 그 선수네?’ 알 수 있다. 처음 그를 접했을 때 건장하고 길쭉길쭉한
우승이 확정된 순간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마무리 투수를 껴안고 뛰어오르 선수들 사이 어깨에 닿을까 말까 하는 키 때문에 야구선수라는 사실이 믿기
더니 이내 쪼그려 앉아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야구팬 지 않았었다. 때론 타자가 친 공이 손끝을 스쳐 안타가 되면 “아, 조금만 팔
이라면 함께 울컥했을 장면이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인터뷰 중에도 순간 웃 이 길었더라면…” 또는 “키가 컸더라면 잡을 수 있었는데….” 안타까울 때도
었다, 순간 울컥하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그동안 보아 온 투 많았었더랬다.
박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뛰어오르고 달리고 다른 선수들보다 두세 배는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 몸짓
그의 이력을 보자면 그간 이팀 저팀으로 이적하며 주전 뒤에서 백업으로 소 에 안쓰러운 마음이 저절로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여유만만한 표정과
외된 응어리진 설움이 차곡히 쌓였었나 보다. 어둠의 터널이 길어 막막했을 다부진 몸놀림으로 2루의 수비와 타자로써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선수 생활이었으리라. 인고 끝에 서광이 비치는가 하더니 타이거즈 주전으 대단해 보이는 선수였다. 그런 그가 한국시리즈에서 대활약을 펼쳐 우승의
로 발탁되어 뜻을 펼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졌다. 기운을 모았으며 한국시리즈 MVP로 뽑히는 영광까지 거머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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