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전시가이드 2025년 07월 -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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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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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흔적a beautiful trace, 53x5503cm, A beautiful trace XI 아름다운흔적 X, 100.0x100.0x5.0cm
아크릴에조각.Mixed media 2024 Mixed media on acrylic, 2024
지, 즉 예리한 조각도와 전동 공구로 깎아내거나 파낸 흔적으로서의 다 돋을새김처럼 보인다는 건 깎이고 패인 자국에 작업 과정의 날카로움이
양한 패턴은 확실히 새로운 경험이다. 꽃피는 모양이라든가 빗방울이 떨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아크릴이 깎이고 파인 곳에는 예리
어지는 듯싶은 모양, 화면을 가득 채우는 직선의 자유로운 구성, 무수한 한 자국이 남아 그 날카로움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점의 집합에 의한 원형, 작은 얼음알갱이 같은 나선형의 은하 형상, 그리 보는 이미지는 그저 무수한 집적의 패턴이 지어내는 부드럽고 섬세한 시
고 채색을 가미한 회화적인 표현과 같은 다양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볼 수 각적인 아름다움이 있을 뿐이다. 어떻게 이런 시각적인 반전이 일어나는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건 현대미술의 특징인 조형적 걸까. 이는 빛을 매개로 인한 일루전에 기인한다. 어쩌면 빛의 작용이라
인 변주에 합당하다. 는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기면서 아크릴이 깎여 나갈 때 생기는 예각의
날카로움조차 상쇄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빛은 인위적인 조명이
이렇듯이 다양한 기법을 응용하는 그의 작업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 아니라 자연의 빛을 말한다. 물론 전시장에서는 인위적인 빛으로 인해 더
로운 조형의 제안이다. 밀도 높은 이미지의 집합 및 집적은 형태 만들기 욱 극적인 시각적 효과를 나타낸다.
에 천착하는 전통적인 조형 방식과는 엄연히 다르다. 작업 방법 자체는
조각적이지만, 그림으로 혼동할 만하다. 아크릴판 뒷면이 음각 형태로 파 그런 의미에서 깎아내고 파내는 작업에 조형적인 생명력을 부여하는 과
이고 깎인 상태임에도 앞면에서는 돋을새김과 같은 이미지로 읽힌다. 이 정에서 빛의 개입은 작품으로서의 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파
처럼 시각적인 이중성을 가지게 되는 건 아크릴판의 투명성에 기인한다. 내고 깎인 형태에 따라 다양한 시각적인 이미지와 패턴이 결정된다. 빛
유리와 동일한 투명성은 빛을 투과함으로써 깎이고 패인 뒷면의 상태를 의 각도에 따라 시각적인 이미지가 변하는가 하면, 깎이거나 패인 모양
그대로 인지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적인 이미지는 빛이 개입함으로써 생 에 따라 빛의 양이 결정되고, 빛을 흡수하는 양이 많으면 시각적으로 풍
기는데, 음각의 이미지가 양각의 이미지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해진다. 또한 빛이 닿는 면적의 크기에 따라 빛의 밝기가 달라진다. 깎
양각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1.5-3.0mm의 투명한 아크릴판에 조각도와 이거나 파인 곳이 평면 또는 원형이면 빛의 양이 증가하여 밝은 빛을 발
다양한 전통 장비를 이용해 깎아내고 파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즉, 산한다. 이러한 여러 조건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다. 깎이거나 패인 자국
깎아내고 파내는 음각에 나타나는 패턴을 보는 게 그의 작업이 가지고 있 이 조밀하고 그 숫자가 많아질수록 작품으로서의 이미지는 거대하게 다
는 본질이자 결과물이다. 거기에는 예리한 조각도와 전동 장비로 깎아낸 가온다. 조각된 자국이 지어내는 물리적인 조밀함은 일상에서 경험할 수
무수한 자국이 집적하면서 특정의 패턴을 형성하게 된다. 작품에 따라서 없는 집적의 미를 실현한다. 작고 조밀한 자국들이 모여 거대한 이미지
는 동일한 깊이와 폭을 가진, 깎이거나 패인 자국이 집합을 이루면서 거 로 보이도록 하는 건 그 중심에서 보고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특히
대한 느낌의 이미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중심점을 가지는 방사형 이미지, 즉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작은 자국들
의 집적으로 인해 만들어진 원형의 형상은 무한한 공간을 향한 확장성
캔버스와 같은 평면적인 재료로서의 아크릴판은 부조의 역순을 따른다. 을 가지는 까닭이다.
다시 말해 붙여나가는 방식과 달리 깎아내고 파내는 작업이다. 따라서 부
조가 플러스 작업이라면 아크릴판 작업은 마이너스 작업이다. 하지만 작 패이거나 깎인 자국이 작으면 작을수록 역설적으로 그 존재감이 커지는
업의 묘미는 파내거나 깎아낸 그 사실을 주목하는 게 아니라 그 결과인 듯한 느낌은 그의 작업만이 가지고 있는 조형의 마법이다. 이미지가 작
뒷면에 형성된 이미지를 보는 데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마이너스 고 집적이 클수록 작업에서 느끼는 거대한 존재감은, 무수한 별의 집적
의 작업이 플러스의 이미지로 보인다. 다시 말해 작업하는 그 이면에서는 으로 이루어진 은하에서 받아들이는 집합의 아름다움과도 같다. 작은 별
부조와 마찬가지로 돋을새김처럼 보이는 것이다. 들의 집합임에도 거대한 은하를 형성하는 놀라운 기적과 같은 논리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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