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전시가이드 2022년 1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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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양성훈, memory, oil on canvas, 130 x 130cm, 2022   양성훈, memory, oil on canvas, 100 x 100cm, 2019











         도자의 변주
        양성훈, 유의정                                        양성훈의 달항아리, ‘참-존재’를 향한 자연스런 미감

                                                        양성훈의 달항아리는 자연스러운 무계획의 미감을 떠오르게 한다. 수많은 행
                                                        위와 붓질을 통해 만난 몰입의 시선은 명상 너머 행위자체가 끌어내는 ‘시·공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간의 중첩’을 보여준다. 마치 자연을 즐기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자적(自適)
                                                        하는 자세와 유사하다. 무수히 그어낸 무한반복의 붓질은 오히려 무아지경의
                                                        경지에 가깝도록 순백을 더욱 밀도 있게 담아낸다. 이른바 작가정신은 유백색
        씨엘아트(디렉터 이현정)는 항아리라는 주제를 다루는 회화 달항아리 작가         안에 담긴 달항아리를 형태미를 넘어선 존재에의 질문으로까지 확장시킨다.
        양성훈과 도예로 항아리를 만들어내는 작가 유의정의 의미 있는 콜라보 전         소박한 듯 덤덤한 풍요로운 미감, 한국미를 대표하는 달항아리의 현대적인 브
        시를 선보인다.                                        랜딩이 작가의 진정성과 마주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다. 양성훈은 한 언론
                                                        과의 인터뷰에서 예술을 조각을 맞추는 것에 비유한 바 있다. “원래 작가란 늘
        도자의 영역의 세련된 변주, 격물치지                            현재에 머물기보다 미래를 향한 내면의 꿈틀거림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다. 결국 달항아리의 외연 안에 자기 자신을 담고자한 끊임없는 변주가 작품
        도자와 회화, 입체와 평면을 넘나들어 영역을 확장한 유의정의 도자와 양성        안에 자연스러움을 더욱 배가(倍加)시키는 원인이 된 것이다.
        훈의 회화가 만났다. 이 둘 가운데 무엇이 더 가치 있느냐는 질문은 어리석다.     달항아리의 유백색을 어느 누구보다 담담하고 섬세하게 담아낸 공력은 우
        단지 선택의 영역일 뿐, 도자라는 한국특유의 미감에 집중한 두 작가의 변주       리 모두를 담담한 풍요 속에 위치시킨다. 동시대 달항아리 작가들이 구현하
        에 주목하면 된다. 이른바 격물치지(格物致知), 사물의 이치를 자신만의 영역      려는 기교와 달리, ‘비우고 비워낸 소담한 감성’ 사이로 ‘비대칭 속 균형’이 자
        을 확고히 확립한 창작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자연의 본질을 담고자한 세련       리하는 것이다. 낮과 밤을 동시에 보는 듯한 작가의 달항아리는 시간의 흔적
        된 전통의 현대화에 빠지게 된다. 이번 전시는 회화지만 조선백자달항아리의        을 담기 위한 절제된 자기 명상의 결과이자,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창
        본질을 그려내려는 도공 같은 회화작가와 도예작가이지만 도자기의 전통성          작의 창(窓)’이 아닐까.
        을 벗어나 현대도자미술이 만들어낸 독특한 항아리들의 변주를 느껴볼 흥미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도자에 담긴 역사성과 상징성은 추상적 질문들을 통해
        시공을 관통한 미술의 존재 자체를 질문케 한다. 개인적 사유와 집단에의 관       유의정의 도자, 낯선 공존을 통한 동서고금의 대화
        심을 집약한 생활상의 요구들은 오늘의 시간 속에서 ‘아름다움 그 자체’에 대
        한 깨달음 속에서 ‘현대화된 순수조형’으로 재해석되는 것이다.              유의정 작가는 동아시아 문화의 대표장르인 도자를 통해 ‘동서고금을 넘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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