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전시가이드 2022년 1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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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전등사 대웅보전 전경(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강화 전등사 수미단과                                     공사를 맡았던 도편수가 아랫마을 주모에게 홀려서 알뜰히 번 돈을 철석같이
                                                        믿고 모두 맡겼지만, 공사가 끝날 무렵 돈을 몽땅 챙겨 들고 몰래 도망 갔다고
                                                        한다. 도편수는 분하여 앙갚음할 방법을 궁리한 끝에 그 주모를 닮은 네 개의
        귀면                                              벌거벗은 형태의 목조각을 만들어 법당의 네 귀퉁이 기둥 위에 세워 둠으로써
                                                        지금까지도 옷도 걸치지 못한 채 창피를 당하고 있으며, 무거운 처마를 떠받
                                                        치는 힘든 고통의 벌을 받고 있다.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여자에게 배신당한 남자의 한이 자비가 넘치는 부처의 도량(道場)에서 예술
                                                        로 승화되면서 전등사만의 독특한 양식이 된 것이라 하지만 다소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강화 전등사(傳燈寺)는 381년(소수림왕 11)에 아도(阿道)가 창건하여 진종사    대웅보전의 실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여겨볼 것은 단연 수미단(須彌壇)
        (眞宗寺)라 하였지만, 그 후 고려 충렬왕(忠烈王)의 왕비 정화궁주(貞和宮主)     이다. 수미단은 일반적으로 불단(佛壇)이라고 부르며, 불상을 안치한 일종의
        가 이 절에 옥등(玉燈)을 시주하였다고 해서 전등사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대좌와 같은 형식으로 대웅전 내의 닫집과 함께 불교의 세계관을 장엄하고 아
        현재의 대웅보전(보물 제178호)은 조선 광해군 13년(1621년)에 중건된 정면   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구조는 상대, 중대, 하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에
        3칸, 측면 3칸인 다포계의 겹처마 단층 팔작지붕의 건물이다. 공포는 내4출목,    서 중대는 상중하 3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많은 문양들로 화려하고 아름답
        외2출목으로 살미첨차는 제1, 2 살미가 길게 휘어 올라간 앙서형이고, 제3살     게 장엄하고 있다.
        미는 아래로 휘어진 수서형, 그 위의 외목도리 받침재는 주심에서는 동물 머       이곳의 수미단은 가로 480cm, 세로 118cm, 폭 200cm의 크기로서 17세기에
        리형, 주칸에서는 운공형을 하고 있다. 내부는 화문(花紋), 비천문(飛天紋)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대부 청판에 꽃과 나무, 새, 당초문, 보상화문, 상상
        조각하여 단청을 하였고, 천장은 화려하게 채색된 우물 천장으로 꾸며져 있        의 동물 등을 다양하게 표현하였는데 현대 회화에 못지 않다. 하단 받침부 바
        다. 지금은 단청의 채색이 많이 퇴색되고 박락되어 섬세하고 화려했던 아름        로 위에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의미를 지닌 귀면(鬼面) 문양은 무섭다기 보다
        다움은 짐작만 할 뿐이다.                                  는 해학적이며 익살스럽게 조성되어 문화재적 가치도 높고 예술성도 뛰어나
                                                        다. 정면에는 단청 채색이 많이 퇴색되고 박락되었지만 양쪽 측면 부분은 조
        대웅보전에서 독특한 점은 공포 위로 동물조각, 귀면, 연꽃봉오리가 눈에 띄       성 당시의 단청 채색이 거의 온전히 아직까지 남아 있어 원래의 단청의 화려
        고, 특히 네 귀퉁이 기둥 위에 벌거벗은 여인이 쪼그리고 앉아 힘겹게 처마를      함과 아름다움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 매우 해학적이다.                           수미단의 수미라는 말은 불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수미산에서 따온 것이다.
        이에 관해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광해군 6년(1614년) 12월에 전등   수미산은 높이가 8만 유순(약 80만km)이나 된다는 상상의 산으로 수미단은
        사에 큰 불이 나 거의 모든 전각이 소실되어 새로 짓게 되었는데 이때 대웅전      수미산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래서 수미산 위에 불상을 모시는 것은 부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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