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2년 1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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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ADAGP 글로벌저작권자 연합회 공식사이트에 게재된 키스 반 동겐 등록 페이지 (우) 자화상, 1906 ⓒADAGP




            크. 루오, 망강, 뒤피 등 개성 있는 동시대 작가들이 ≪살롱 도톤느≫에 출품     지만 그 ‘결’은 선명하게 대조적이다.
            했을 때, 이들의 도발적이고 화려한 색채를 보고 예술비평가 루이 보셀이 “야      결론적으로, 안말금 작가는 키스 반 동겐(Kees Van Dongen) 과 마찬가지로
            수(포브 Fauves)와 같다”라고 해서 생겨난 명칭이다.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   <격렬한 인간정신과 모델의 자아> 표현에 집요하게 천착한다. 또한 안말금
            자신만의 꿈’을 먹고 살게 마련이다. 그러나 필자가 감지한 안말금 작가의 ‘정     작가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
            체성’을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유달리 남다른 성취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 “     운데서도, ‘인물의 내면세계’를 사건의 전개에 따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작가
            순수한 욕망” 그 자체이다. 물론 안말금 작가가 표현한 인물 들의 겉모습은 그     이다. 그녀의『인물화』시리즈를 일관적으로 관통하는 특징은, <작가 관찰자적
            녀의 우상인 ‘빈센트 반 고흐’와 닮아있지만, 정작 그녀 자신의 진면목은 ‘키스    시점>에서 기록한『소설』이라고나 할까. 왜냐하면, 서술자로서의 안말금 작가
            반 동겐(Kees Van Dongen)’에 가깝다. 신기하게도 두 거장 모두가 프랑스에  는 주관적 해석을 최대한 자제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외부적인 사실만을 관찰
            서 활동했던 네덜란드 작가라는 점에서 ‘에트랑제(이방인)’ 안말금 작가로 하      하고 묘사하기 때문이다. 화자의 개입을 최대한 막으면서 주로 극적인 방법(
            여금 프랑스로 강하게 이끌었던 흡인력이 아닌가 싶다. 특히 자유로운 자신의       표정, 행동)으로 서술하지만, 인물의 행동과 대화를 요약적으로 제시하기 때
            감성으로 표현한 ‘키스 반 동겐’의 자화상은, 안말금 작가의 유별난 개인적 야     문에 극적이고 객관적인 특성을 지닌다. 서술자는 일체의 해설이나 평가를 내
            망을 고스란히 투영한 듯하다. 구체적으로『키스 반 동겐(1906년)』을 주목해보    리지 않으며 관자가 직접 판단하도록 유도한다. 유일하게 예외가 있다면, 위
            면, 야수처럼 강한 이미지로 화면 밖을 향해 무서운 감정을 뿜어내는 것 같은      에서 언급한 『자화상 (2022)』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안말금 작가의 작품의 매
            힘찬 모습이다. 그 당시의 사실주의적이며 정리된 표현이 아닌, 키스 반 동겐      력은, 이 같은 분석의 허를 찌르는 반전에 숨겨져 있다. 안말금 작가가 묘사한
            의 모습은 욕망의 동물처럼 보인다. 거칠고 굵은 붓 터치는 현실의 힘겨운 생      대부분의『인물화』는 누구나 느끼는 보편성을 띠고 있지만, 관자에 따라 융통
            활에서 벗어나고야 말겠다는 욕망의 힘이 보인다. 삶의 에너지가 그의 얼굴에       성 있게 때로는 부드럽지만 동시에 선과 색채 속에 숨겨진 강인함을 표출하
            서 뛰어 나온다. 그의 모습이 열정과 욕망으로 그려져 있지만 반 동겐의 얼굴      고, 때로는 따뜻한 휴머니티를 묘사하면서도 이따금씩 섬찟한 분위기의 배경
            에는 자유로운 정신 뒤에 본인의 강한 존재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      이 연출된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그토록 섬세한 안말금 작가의 마음 씀씀
            려움도 보여주고 있는 반 동겐의 모습은 강한 자기애로 삶의 힘겨운 내면을        이에서 마치 작은 씨앗을 열매처럼 대하는 농부의 열정을 읽은 필자는, 동시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도적인 연출과, 자화상의 간결한 표현, 반 동겐      대 현대인들의 다양한 삶 속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스토리 텔링을 농부처럼 부
            의 굵은 선은 산만하면서도 공격적인 자신 삶에 활력은 넣어 줄 수 있는 붉은      지런히『인물화』라는 바구니에 담는 그녀의 모습을 죽 지켜 보았다. 아무쪼록
            색의 바탕 위에 욕구절제의 필요의 갈색과 검정색의 수염과 창의적이고 활발        필자는 친근한 손길로 어루만진 인간 군상들의<독립적 캐릭터>들을 차근차
            한 노랑색의 의상은 반 동겐의 예술적 기질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서, 벨     근 수집하고 포개 나가는 안말금 작가가, 키스 반 동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에 브뤼셀의 ≪IFA 프랑스 예술∙문화원 미술관≫의 개관 기념전에서 소개       【ADAGP 글로벌 저작권자】의 일원으로써, 창작에 대한 ‘새로운 정신’이 결실
            된 안말금 작가의『자화상 (2022)』은, 반 동겐과 같은 동기와 맥락에서 출발했   을 맺고 풍성하게 수확하기를 진정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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