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2년 1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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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_mixed media on canvas_134×176cm_2014년 作




            이 가운데 개인적으로 관심 가는 작가는 음파 두다. 카메룬에서 태어나 프        데, 흑인 특유의 특징적 인물 묘사는 아프리카 미술가들에게는 특별히 중요해
            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다시 고국 두알라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바스키          보인다. 노매드(nomad)가 대세인 동시대에는 출생지나 국적과 관계없이 다
            아(Jean-Michel Basquiat/1960-1988/미국)나 키스 해링(Keith Allen Har-  양한 국가에서 수학하고 거주하기 때문에 아프리카 작가라고 해서 늘 그러한
            ing/1958-1990/미국)과 함께 종종 거론된다. 그중에서도 바스키아와 비교되  로컬적 특징을 작품에 앞세우는 것은 현재의 국제적, 세계적 경향에서 벗어난
            는 이유는 바스키아가 더 유명하기 때문이겠지만, 두 명 모두 흑인이고, 그래      것이라 여기고 있으며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없다. 그러나 꿋꿋하게 민족적,
            서 흑인 특유의 인물 묘사가 많다는 점, 텍스트가 있는 이미지, 추상화되고 생     인종적 특성을 앞세워 정체성을 강조하는 음파 두를 비롯한 아프리카 작가들
            략된 형태, 그라피티 같은 긁적거림 등에서 보이는 시각적인 공통성이 존재하       의 작품을 보면서 인종과 민족 등과 깊이 관련되는 미술에서의 지역 및 장소
            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스키아의 작품이 보다 도시 이면의 삶을 상징하면서 프      성이 특정 작가들에게는 중요할 수 있음을 이해한다.
            로파간다적 특징을 지녔다면 음파 두는 보다 내밀한 개인사적 관점에서 자신
            이 속한 공동체의 내러티브를 부각시키기 때문에 이 둘의 표현은 차이가 있다.      아프리카 미술품을 취급하는 갤러리는 많겠으나 아프리카의 대표 작가들의
            그렇기 때문에 이 둘의 작품이 단순히 유사해 보인다고 말할 계제는 아니며 또      작품을 이렇게 많이 소장하고 있으면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정해광 관장만큼
            한 당연한 말이지만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특징도 별로 없다. 누군가는 이질      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
            적인 이미지의 혼성이 불러오는 창의적 발상 등에서 바스키아가 연상된다고         을 때 정관장은 내년 큰 전시가 계획되어 있다고 귀띔했는데 성공적으로 잘 이
            하지만 이는 너무도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연결이다. 그러나 두 작가 모두 흑인      루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에 덧붙여서 말하기를, 혼자 애쓰지 말고 아프
            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그런 점에서 당시 백인 주류 사회에 싹튼 세      리카 미술에 대해 함께 논할 동지들을 많이 만들어서 이들로 인해 아프리카 미
            계주의(cosmopolitanism)적 세계관의 영향으로 특이한 회화에 따뜻한 시선  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지속적으로 환기시켜 주면서 대중적으로도 관심
            을 보냈던 시기적 특성과 맞물려 이러한 비주류계 출신 작가들에게 애정과 관       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말을 기자들에게 들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음파
            심을 돌리면서 여기에서 굳이 공통점을 찾고자 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고 본다.      두의 작품만을 선호할 뿐인데 이 컬럼을 쓰면서 아프리카 미술을 수호하는 동
                                                            지로서의 선언을 하는 것처럼 여겨질까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서로 다른
            흑인 미술가들에 대한 흔한 클리셰처럼 ‘가난한 어린 시절’로 작가의 생애가       시대와 지역의 미술 문화에 대한 이해는 결국 스스로의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언급될 듯하지만 음파 두나 바스키아는 가난한 흑인 화가는 아니었다. 세무        하는 출발점이 되기에 마음의 문을 열고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가질 필요
            서 고위 관료 아버지를 둔 음파 두는 법학을 공부하다가 30세 넘어 프랑스에      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프리카 미술은 모두에게 중요하다.
            서 예술대학을 다녔는데, 그곳에서 애니메이션이나 일러스트도 공부했다. 그                                                                         (작품 이미지 제공: 갤러리 통큰)
            의 작품에 보이는 다양한 사물과 형태들은 그 자체의 도상학적 의미를 지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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