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전시가이드 2025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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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닭발이 자란다


        글 : 장소영 (수필가)














































        작년에 이어 점나도나물 한 포기가 창가 끝에 뿌리를 내리고 경이로운 신비를       어느 날이었다.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어디서 공사를 하나 싶었다. 기계음 소
        뽐내고 있다. 그냥저냥 일생을 마감한 줄 알았더니 티끌에 한 톨 씨앗 ‘톡’ 떨어   리가 예사롭지 않은 것 같아 밖을 내다보다 “아이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
        뜨려 모진 대를 이어가고 있음이다. 위태로운 삶이 안타까워 하루에도 몇 번       기의 꼼지락거리는 손처럼 귀엽고 앙증맞은 이파리를 매단 나무줄기들이 짚
        씩 안위를 확인하고 말을 건네 본다. 그러면서 아파트 화단을 내려다보는 즐       단 무너지듯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거움이 쏠쏠한 요즘이다.
                                                        주차장 근처나 1층 세대 창문 앞은 나무 진액이나 낙엽, 조망권 문제로 백번 양
        꽃샘추위도 이겨낸 연분홍 벚꽃은 어느새 꽃비가 되어 지상에 내려앉았다.         보해 그럴 수 있다 쳐도, 왜? 놀이터 근처나 산책로까지 저래야 하나 싶었다.
        철쭉은 만개를 향해 치닫고, 청 단풍은 벌써 초여름을 맞이한 듯 연초록 이       작년 봄 새순을 피워냈을 때도, 늦가을엔 여름을 나며 줄기들이 무성해진 때
        파리가 풍성하다.                                       도, 거세를 당하고 만 놀이터 안쪽 플라타너스 나무 한 그루. 작업하시는 분께
                                                        “왜 그렇게 몽땅 잘라요오~.” 항변하듯 외치니 돌아온 말은 ‘금방 자라요.’였었
        온갖 식물들이 신록의 사월로 짙어만 가는데 연녹색 봄 날씨에 합류하지 못한       다. 그러나 여름에 보니 잎의 무성함은 예전만 못했고 아이들이 놀 때 제대로
        놀이터 주변 몇 그루 나무가 눈길을 끈다. 나무는 잔가지뿐만 아니라 굵은 가      된 그늘이 되어주지 못함을 확인했던 터다.
        지까지 댕강댕강 잘라놔서 흙 위에 몽둥이를 꽂아 놓은 것만 같다. 가끔 지나
        치는 길에 숨은 쉬고 있는지 가까이 다가가 쓰다듬어 보고 보듬어도 보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나무와 주변 나무들이 잎이 펴 무성해지기 직전인데 전
        올려다보면 잦은 비 탓인지 수액 때문인지 뭉툭한 줄기 위엔 새싹 대신 이름       기톱에 무참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장을 또다시 지켜봐야 하다니. 당하는 나무
        모를 갈색 넓적한 버섯이 위풍당당 자리 잡고 있다.                    도 지켜보는 이웃도 참담한 심경이다. 심지어 미루나무 위의 까치집마저 함께
                                                        무너지니 졸지에 까치들도 무주택자가 되고 말았다. 새는 차마 울지도 못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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