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전시가이드 2025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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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 자료는   cr ar t1004@hanmail.ne t  문의 0 10-6313- 2 7 4 7 (이문자 편집장)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고 어디선가 떨고 있으리라.                                 하던 것이다. 요즘은 교통에 지장을 주거나 전선, 전화선에 방해가 되고 낙엽
                                                            치우기 번거롭고 간판을 가리는 등 생활에 불편함을 덜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무분별한 가지치기를 당한 가로수를 부르는 말이 닭발 가로수라고 한다는 이        가지치기를 할 때는 우듬지 부분을 무차별 절단하거나 옆 가지 중 굵은 가지
            야기를 기사에서 접했다. 가지 없이 몸통만 남은 앙상한 모습이 닭발을 닮아       를 절단하는 방법은 금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 볼썽사나운 닭발 모양의
            붙인 이름이란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아파트뿐만 아니라 옆 아파트도 약속이       가지치기로 병해충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려 한다는 명분은 그다지 설득력
            나 한 듯 닭발 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이 없어 보인다.

            수형을 다듬는다고 가지를 잘라버려 몸뚱이만 오도카니 서 있으니 스산하다.        잎의 성장은 물론, 양분 축적을 더디게 만들고 나무의 생명도 위협할뿐더러 공
            팔도 목도 얼굴도 없이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기이한 모양새는 섬뜩       기를 맑게 하지도, 도시의 온도를 낮추지도 못하게 한다. 전문가들도 잘린 가
            하기까지 하다. 붙박혀 도망가지도 못 하고 잘려 나간 자리마다 솟구치는 혈       지의 단면으로 세균이 침입하기 쉬워 수명을 짧게 하니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
            흔의 아찔함, 아프다 외마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고통에 몸부림치며 어둠 속      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던가.
            에서 뿌리는 얼마나 자지러지고 있을까. 영원을 산 것 같이 천천히 덮이는 죽
            음의 고비를 매번 반복하고 있다. 시지프스도 아니면서….                 자연의 일부인 인간과 나무는 궂은 날은 궂은 대로 맑은 날은 맑은 대로 움퍽
                                                            질퍽한 삶의 터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람의 일이나 삶도 가지치기하듯
            우리 주변의 나무는 일상으로 만나는 자연이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군더더기를 덜어내면 핵심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렇다고 해
            휴식의 공간이 된다. 동물과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서식처다. 요즘처럼 불규칙      서 사람 관계를 모조리 끊어내고 살 수 있던가. 가족, 친구, 연인, 직장동료 등
            적이고 극한적인 날씨와 미세먼지가 일상이 된 기후 위기 시대에 계절감과 경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오해와 갈등, 위로와 공감은 삶의
            관, 뜨거운 열기를 식혀 온도 상승을 막으며 그늘을 제공하고 물순환을 건강하      덜어낼 수 없는 한 단면이다.
            게 한다. 미세먼지를 잡아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는 등 장점이 많다.
                                                            나무라고 해서 다를까. 스스로 털어내며 덜어내고 가혹한 환경도 이겨내며 살
            가지치기는 통상 부러졌거나 병들거나 죽은 가지를 그대로 두면 나무가 죽을        아남을 수 있는데 감 놔라 배 놔라 인간이 개입하여 전지를 해대며 뒤흔들고
            수도 있을 때, 공기 순환을 돕고 햇볕이 잘 들게 해 열매나 꽃이 풍성해지라고     있음이다. 죽음이라는 실형이 더 가벼울 수 있는 가지치기의 고문은 언제까
                                                            지 지속될는지 모르겠다.
                     •한맥문학 등단 /•전남일보 연재
                     •광주문학 편집위원(현)                          햇살이 웃옷 벗고 바지 걷어 올리고 봄을 길러내는데 휑뎅그렁한 닭발 나무들
                     •광주매일신문<무등산문학백일장>                      이 생과 사를 머뭇거리고 있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 앓이를 한다. 피 토하는 나
                         23년 산문 우수상 수상
                     •광주매일신문 < 무등산문학백일장>                    무의 아픔에 무심한 사람들을 나무라는 걸까, 아니면 모진 삶 외길 굽이 나무
                         24년 종합대상 수상                        의 서러움에 하늘도 젖은 걸까. 주룩주룩 비도 자주 내리는 봄날이다.
                     •월간 전시가이드 '쉼터'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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