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전시가이드 2025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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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way of Life> 프로젝트를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로, 걷는 과정에서의 만남을 통한 관계 맺음을 논한다.
여기 또 의자가 보인다. 물론 ‘쓸다’(2020-2021)에서도 다른 오브제와 의 말처럼, 삶과 죽음, 필연적 인연과 관계 맺음, 타인과의 소통 등이 실은
함께 의자가 있기는 했지만, 사비나미술관에서의 ‘의자’(2011, 2016)나 흐르는 시간과 함께 생과 사 속 인간 삶의 면면들에서의 각성이므로, 이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의 ‘의자’(2013)처럼 김종영미술관에서의 ‘두 관통하는 것은 역시 ‘흐른다’라는 것이며, 흐름은 결국 기억을, 새로운
개의 의자’(2024)는 작가의 어머니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아니 의자 자체가 관계를 쌓게 한다. 시간의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어머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의자 이전에 그 어떤 것과도 조화를 이루고 이어지는 삶을 그 속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밖에서 전체를
다양한 의미로 해석 가능한 물이 있었다. 모두 다 인간의 존재론적 정체성에 관통하며 ‘흐름’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조적 시선은 그것이 무엇이건 붙잡지
대한 질문으로 연결되어 있다.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들어진 기억과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작가의 ‘
김승영 작가는 경인미술대전 최우수상(1992), 매일미술대전 우수상(1996), 구름’(2009)과 ‘Flag’(2012)를 애정한다.
공산미술제 우수상(1997), 모란조각대상전 우수상(1997), 동아미술대상
(1998), 제6회 전혁림 미술상(2020), 서울시 오늘 프로젝트(2017), 두 번에 걸친 컬럼 - ‘고단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성찰의 메시지,
국립중앙박물관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2019), 제16회 김종영 미술상 김승영의 ‘땅의 소리’’(2021년 4월호), ‘소통을 향한 염원의 탑을 쌓다’(2024
(2022) 등의 굵직한 수상 경력과 대단위 전시로 주목받아 왔다. 그의 작업은 년 3월호) - 을 통해 소개한 바 있는 김승영 작가는 2021년 컬럼을 위한
공(空)을 작업의 근저로, 생성과 공존하는 소멸, 무위(無爲)가 무한과 만나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풀지 못한 작업 중 하나가 바로 패션을
지점에 대한 사유를 작업의 출발점으로 하며, 자연의 관조에서 자기 성찰, 활용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2008년 파리 공항에서 우연히 보게 된
다시 이러한 성찰에서 타인과의 소통으로 주제를 이행해 나간다고 이은주 패션쇼에서 영감을 받아 구상된 것이라는데, 작가의 <자화상-기억 1963-
미술비평가(2017)는 말한다. 심상용 미술평론가(2017)는 슬픔의 관문을 2001>(현재는 2024까지 진행됨), <회전문>(2003) 등은 이를 구체화하기
통해 존재 자체로 나아가는 작가라고 한다. 특별히 김종영 미술상 수상 위한 중요 배경 서사라고 할 수 있다. 이제 2025년에 와서야 비로소 <Runway
기념전 ‘삶의 다섯 가지 질문’(2024~2025) 전시를 통해 작가는 만남과 관계 of Life>라는 이름으로 이 프로젝트를 선보이려 하고 있다. 오랜 세월
속에서 답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박춘호 학예실장(2024)은 추정한다. 이렇게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 것은 역시나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전시마다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는 작품들로 인해 바라보는 시선들은 여러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지금은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그나저나 패션과는
방향의 목소리를 내는데, 전시마다 연결되는 특정 오브제들을 통해 작가의 한참이나 거리가 있는 작가에게서 이를 처음 들었을 때 이 작업은 패션쇼의
내밀한 세계는 끈끈하게 연결되어 이어진다. 형식을 빌리되 작가의 <엘리베이터>(2007)처럼 다양한 인간군을 통한 삶의
행보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일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작가는
비평 글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삶’, ‘사유’, ‘성찰’ 등에 공감하면서도 퍼포먼스라고 하지 않고 왜 패션쇼라고 이야기했을까.
개인적으로 볼 때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것은 오히려 삶의 ‘흘러가는 순간들’
에 대한 사유와 성찰이라고 본다. 즉, ‘흘러감’ 속 삶의 단편적 순간들, 그리고 이제 <Runway of Life>를 준비하며 작가는 삶과 죽음에 대해, 관계 맺음에
흘러가는 시간 자체, 이의 누적으로 인한 연속적 특성, 그리고 그러한 과정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지금 런웨이 어디쯤 있는 것일까. 우리는
전체가 더 강렬하게 포착된다는 것이다. 작가적 시선이 긍정적, 부정적, 회전문을 통과하기 전일까 후일까. 회전문을 통해 나오면서 마주치는
중립적이건 간에, 직관적, 순간적, 반사적인 감정과 감각을 통해 모든 존재와 사람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들에게 웃음을 지어 보여야 하는가
현상은 끝없이 변화하고 흘러가는 것이며, 이것이 곧 시작이고 끝이자 새로운 아닌가. 흐르는 시간과 세월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다양한 생각이 꼬리에
출발이며, 이것으로도 의미가 충분히 있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다시 꼬리를 문다. 작가에게 그리고 관람객에게 똑같이 질문으로 이어질 <Runway
말하면, ‘모든 삶은 흐른다’라는 드빌레르(Laurence Devillairs/프랑스/1969-) of Life> 프로젝트가 올해 안에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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