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5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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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인생=회전목마, 19 x 24cm, acrylic on canvas, 2025 ⓒADAGP / (우)존재의 스팩트럼, 90.9 x 72.7, oil on canvas, 2025 ⓒADAGP
만, 불확실한 순간 캔버스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서 깊은 만 으로 사용하는 특정 고유 이미지 같은 것도 페르소나로 설명하기도 한다. 오
족감을 발견하였기에 실천이 가능했다. 마침내 화가로서 자신의 본질을 자각 늘날의 무대공연계에선 어떤 감독이 자신의 분신 혹은 상징처럼 몰입하는 역
하는 순간 그녀의 일상 모든 상황에서 영감을 얻게 되었다. 더군다나 낯선 사 할을 맡은 배우를 뜻하기도 한다.
람들의 덧없는 시선, 조용한 구석에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인간 관계의 생생
한 맥박 등도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외부적 요소들은 결론적으로,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서도 박선이 작
종종 경험의 태피스트리을 통해 기억력, 상상력, 관찰력의 편린들을 함께 엮 가는 인간 내면의 세계와 “퐁시리”를 테마로 한 그림을 통해 고뇌하는 사람들
어내기 때문이다. 어떤 그림은 대화가 되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말한 을 통해 원초적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누군가 “그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사이의 격차를 메우는 방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박선 림은 사고의 영역이 아니라 느낌의 영역이다”고 역설한 것을 입증하듯이, 박
이 작가는 그녀만의 독특한 고유의 예술세계를 통해 관객이 잠시 멈추고 몰 선이 작가는 ≪느낌의 영역≫ 을 개척하는 작업에 전념한다. 세상에는 엄청
입하기를 바란다. 또한 그녀의 작품 속에서 관자 자신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 난 정보가 끊임없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우리는 세계와 적절히 상호작용하
는 공간을 만들도록 ‘조력자’ 역할에도 충실한다. 따라서 박선이 작가의 ‘분신’ 기 위해서 이들 정보를 정확하게 지각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신체적·심리
인 퐁시리의 호기심 많은 시선이든 장면의 복잡한 세부 사항이든, 관객의 기 적 손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위험을 미리 알아차려야 하며, 사회적 요구를
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인생에 대한 성찰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흔적’ 충족하기 위해 타인과 상호작용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을 남기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왜냐하면, 박선이 작가에게 있어서 그림 그리 이런 감각이 모두 차단된다면 과연 우리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쩌면 감
는 것은 단순히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연결을 육성하고 우 각의 차단이 새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박선이 작가
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 공유된 인간성을 기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선이 의 내면 세계는 무한한 감정과 생각, 그리고 경험이 교차하는 복잡한 풍경과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명분은, 단순히 직업이라서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 흡사하다. 박선이 작가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내면 세계를 다채로운 인물들
의 목소리, 그녀의 인생 역정, 그리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식이기 때 이 연출하는 구상적 형태로 시각화 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특히, 『존재의 스
문이다. 한마디로 박선이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의 집단적 경험을 정의하 팩트럼』에서 묘사된 인간 군상들의 복잡한 감정, 생각, 경험 등이 각자 조화를
는 이야기의 생생한 모자이크의 한 조각이 되어 그녀의 작품을 접하는 사람 이루며 하나의 통합된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을 표현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들에게 작지만 의미 있는 각인을 기꺼이 남기고 싶어한다. 어쩌면, “퐁시리”는 인물들의 표정과 자세를 통해 다양한 내면의 요소들을 상징하며, 이들이 서로
박선이 작가의 페르소나(Persona)일지도 모른다. 사전적 의미로는 고대 그리 충돌하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 속 개별적인 요소들은 서
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가 벗었다가 하는 가면을 말한다. 당연히 마이크 로 다른 감정을 의미하지만, 이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내면의 안정과 조화를
같은 확성기가 없었던 시절이라 배우의 목소리를 울리게 하기 위해 가면 자체 이루는 모습을 담아냈다. 필자는 앞으로도 박선이 작가가 다양한 무대 연출을
에 고깔을 붙여버리고, 그것에 등장 인물의 감정을 나타내는 얼굴을 새겨 넣 통해 감정적으로 상충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를 포용하며 균형을 이
었다고 한다. 이후 해당 용어가 라틴어에 수용되면서 사람(person), 인격/성격 루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탐구해낼 것이라 확신한다. 그만큼 고유의 인간의 내
(personality)이라는 말의 어원이 되고, 심리학 용어가 되었다. 예컨대 현대 이 면은 단일한 감정으로 정의될 수 없으며, 다층적인 감정과 경험들이 함께 공
탈리아어와 스페인어에서는 라틴어로 '사람'이라는 뜻의 '페르소나(persona)' 존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새로운 정신’이 내재된〔ADAGP 글로벌
라는 단어가 그대로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으며, 그 외 다른 국가들의 저작권자〕로서 박선이 작가가 연출한 ≪인생 극장≫ 에 초대받은 글로벌 대
언어에서는 통상적으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쓰는 가면'을 의미한다. 현대 사 중들이 각자의 무의식 속에 감추어진 ‘느낌’을 직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회로 깊게 들어가면 SNS에서 사용하는 프로필 사진이나 어떤 인물이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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