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전시가이드 2025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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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핀 들꽃들 보다 ‘후원(後園)’처럼 인간의 삶에
더 가까운 들꽃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후원
은 사람의 손길이 만든 공간 이지만 그곳에 패랭
이꽃, 망초꽃, 쑥부쟁이, 소국, 산나리꽃을 피우
는 일은 자연의 몫이다.”
- 2025년 들꽃작가 이석보개인전.
KPI박상준기자 -
서양화가 이석보의 들꽃은 캔버스에 유(油)
분 가득한 베이스(base)로 시작되어진다. 채료
의 반발력을 통한 베이스의 흩뿌림(dripping
painting)은 자연 속 야생의 척박한 환경을 이
겨내는 물성의 유희이다. 작가의 표현 기법은 속
도감있는 필력의 대담한 필선에서 시작된다. 들
꽃을 주 모티브로 전업작가의 길을 이어온 작가
는 야생꽃의 이미지를 더욱 생동감 넘치도록 표
현하고자 붓터치 한필역시 과감한 필선으로 소
심함이 배제 된다. 그에 작가만의 조색경험으로
이루어진 색감의 조합은 유화가 가지고 있는 투
박함과 무게감 보다 맑고 투명한 색조합을 이루
어 화면전체의 조화를 이룬다. 작가는 들꽃의 자
연색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유화물성의 무게
감보다 수채화의 맑고 투명한 기법적 연구를 통
해 자신만의 화풍을 이루고자 의도하였다고 한
들꽃, 53x45.5cm, Oil on canvas, 2024 다. 유화물감의 기름농도를 조절하고 적절한 시
간에 물감이 마르도록 온도와 습도를 고려해 작업
倫)의 이상을 담아 전인적인 인간애의 지표로 들꽃에 대한 꽃말을 이어왔다. 하는 과정의 결과물인지 감상자들의 평에선 수채
봄이 되어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민들레는 사랑과 순수한 감정의 꽃말을 가지 화처럼 맑은 색상과 기법이 공감이 간다는 감상평을 접하게 된다. 서양화가
고 있다. 소싯적 민들레 홀씨를 입으로 불어 공중에 날려본 추억을 누구나 가 이석보의 캔버스는 맑은 색조와 투명한 유채기법을 통해 새로운 유화기법을
지고 있을 것이다. 민들레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그 존재를 나타내는 저항 감상 할 수 있는 심미감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 공감되어 진다. 들꽃 시리즈와
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수선화는 희망이라는 꽃말을 통해 우리 선조들이 울 함께 고즈녁한 시골의 풍경들은 작가만의 유채 물성을 통해 수채기법이 혼용
타리 안에 옮겨 심어 정원을 꾸미기도 하며 가정의 발전과 가족의 성공을 기 된 유화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작가는 수년간 현장 사생을 통해 실경의 이미
원하기도 하였다. 서양화가 이석보는 산수유의 ‘꽃말은 영원히 변치 않는 사 지를 캔버스에 옮겨 왔으며 지금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야외 사생을 통한 작
랑’ 이며 나팔꽃의 꽃말은 ‘덧없는 사랑’을 의미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는 “이 업에도 게을리 함이 없다.
것이 천의 얼굴을 가진 들꽃의 매력이라고 본다”고 작가가 들꽃의 세계로 천
착활동을 하는 의미를 부여한다. “화려한 꽃잎도 천리를 가는 향기도 / 견고한 뿌리에서 오는 힘이며 / 흔들림
없는 의지로 피워 올리는 / 숭고한 생명의 증거이니 / 저들보다 아름다운 것이
서양화가 이석보는 야생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잡풀속의 꽃들의 풍 무엇이며 / 저들보다 큰 것은 무엇인가. / 욕심으로 높아진 세상을 벗어나 / 땅
경을 모티브로 천착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들꽃의 매 에 납작 엎드리니 / 참으로 편하다고 들풀이 전한다.”
력에 빠진 작가는 들꽃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꽃말의 지혜를 우리네 삶의 이 - 김민수 시. 들풀이 전하는 이야기 중 -
상으로 그 가치를 수용한다. 이름 모를 야생의 저마다 가지는 생명력을 존중한
다. 그 생명력의 심원이 작가가 표현하는 심미감의 이상세계로 시각 이미지화 이석보작가는 중, 고교 교편활동을 통해 후학을 양성하고 은퇴 후 한국미술대
하고자 한다. 충청도에서 나고 성장한 작가는 타 지역보다 유연한 충청지방의 전 초대작가 등 전업작가로 활발한 화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2월 서
들과 산세에 자생하는 들꽃과 함께 하였다. 들꽃은 작가에 있어서 작업의 대 울의 인사동 한 갤러리에서 작가의 27회 개인전이 개최되어 화단의 동료, 선
상이자 마음속 고향이며 추억의 이야기보따리다. 그 추억의 이야기를 풀어 나 후배 수많은 작가들과 갤러리들이 참석하여 큰 성황을 이루었다. 100여평의
가는데 작가는 자연스레 우리네 들꽃을 작업의 모티브로 삼기에 당연시 된다 갤러리 내부를 가득 채운 작품들은 그동안의 작가의 작업 열정이 한곳에 모아
하겠다. 작가는 작업의 오브제로 의도되는 화병과 대바구니류는 자연이 만든 졌음을 실감케 해 주었다. 작가의 27회 개인전을 리뷰(review)하며 척박한 환
들꽃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하나의 매개장치로 이야기 한다. 경에서 자생하여 홀씨를 흩날리는 강한 생명력의 민들레와 같은 창작의 평생
의 업을 이루어 나가길 응원한다.
“‘들꽃 작가’로 불리는 그의 작품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선 넓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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