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전시가이드 2021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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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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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꾸는 오로라, 116.5x82cm, Acrylic &mixed media, 2020




            며 포근한 푸른빛 은유로 가득하다.

            그의 작품들은 재료를 버무려 페이스트(Paste)를 만들고 이를 구상된 이미
            지에 따라 두툼하게 발라 요철을 만든 후 채색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구름                   꿈꾸는 대로 45x53cm, Acrylic&mixed media on board, 2016
            이나 파도 같은 우주적인 공간이 주름과 펼침이라는 무한한 확정성의 반복
            임을 암시한다. 반죽에 의한 요철(  )과 유동적인 속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는 화가는 손가락의 유연함과 부드러움을 직접 이용한다. ‘진정한 예술은 형
            식이며 내용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쉴러의 정의에 전적으로 동        어야 하는 어떤 것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인다.
            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곽경화의 형식에는 진정한 미적 자유가 있다. 생크림
            처럼 부드러운 구름은 어느 순간 새가 되어 몽상가들을 태우고 어딘가로 날        반려동물과 소녀의 눈이 생략되거나 축소되는 특이점은 공간 자체가 목적성
            아간다. 소녀는 수호천사인 듯 보이는 하얀 동물과 함께 아름다운 선율을 따       이나 방향성이 없음을 의미한다. 눈이 없으면 응시의 불안이 없으며 일인칭
            라 여유롭게 유영한다.                                    시점도 불필요해진다. 수평적 논리와 유동적인 공간, 매끄러운 사유가 그의
                                                            그림을 지탱하는 원리이므로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는 신비한 새의 눈처럼 삶
            곽경화는 빛이 드러내는 색의 미학적 가치에 주목한다. 진주 및 파스텔조의 맑      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심미적 체험과 감성을 끌어올리는 일에 초
            은 색은 인간내면의 비밀스런 감각에 대응하는 고유한 영혼, 미묘한 우주가 색      점을 맞추고 쉼 없이 변화하는 곳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낯선 길 위에서 환상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장치이다. 황홀경이 인간의 영혼을 정화할 것       의 세계를 만나기를 희망한다.
            이라는 피타고라스의 잠언 같은 푸른 빛 공간은 작가의 마음을 재현하는 위로
            의 의미다. 우주의 무한한 깊이를 닮은 공간은 마법사가 보는 꿈의 세계처럼       서정성을 근간으로 한 몽상이나 동화 같은 이야기로 삶의 모습을 담아낸 곽경
            에메랄드 빛, 조개가 진주를 품고 오랜 세월 비밀로 감춰놓았던 그 빛이다. 헤     화의 그림은 화가만이 체험하는 상상의 즐거움을 재현한다. 그것은 어쩌면 라
            아리기 어려운 양의 바닷물을 삼키고 뱉어 낸 인고의 진주 빛은 마침내는 평       캉의 말처럼 “내가 아닌 곳에서 생각하고,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하
            온을 유지하고 세상 밖으로 열린다. 그것은 그리움을 간직한 채 휘발되어 가       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꿈을 닮아 투명하고 순해서 세상 밖으로 나오
            는 시간에 대한 성찰과 성숙한 삶을 응축한 빛의 이미지다. 살아가기 위해서       기가 두려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무의식과 쾌락
            는 끝내 몰라야 할 진실이 있고, 현실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탁한 채로 남아 있     원리가 내재한 작가의 인격을 대신하는 그림은 감상하기에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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