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이철순 개인전 10. 19 – 10. 25 도봉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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從心展(종심전)을 열며
초등학교 3학년 때 글씨를 또박또박 예쁘게 쓴다고 여자 담임선생님께서 친구들 앞에서 사탕 두어 개를
주시면서 칭찬해 주시던 생생한 기억 때문에 지금도 나는 나름대로 글씨를 잘 쓴다는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렸을 때의 칭찬이 순기능적 장기기억으로 이어지면서 최선을 다하려는 태도가 어려서부터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느낀다. 50여 년 전 교육대학에 입학해 조수호 교수님께서 붓글씨 쓰시고
사군자의 난을 치시는 것을 보며 처음으로 붓과 접하게 되었는데 이 것 저 것 잡동사니 할 것들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나는 약간의 방황 속에 계속 이어져오지 못하고 있다가 80년 대 중·후반기에
와서야 비로소 활동적이고 다이내믹한 등산과 淸麗한 雅趣라할 만한 서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는
태도로 적극성을 갖고 두 가지에 인연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氣韻生動의 타고난 소질은 부족하지만
서예에 대한 의미와 보람을 조금씩 느끼면서 정신적 건강(서예)과 육체적 건강(등산)을 다져가는 동안
내 나름대로 상당한 취미로 자리매김 되어가는 희열을 맛보게 되었고 거기에 산행이나 글씨 쓴 후에
선·후배 및 동료들과 뒤풀이 酒宴은 서로 함께 엉켜가며 3박자가 되어 상당기간 동안 내 삶의 과정에
생기와 희망의 원동력이 되어준 것 같다. 한때는 몇몇이 意氣投合하여 짐짓 翫月長醉하곤 하기도 했다.
특히 등산과 글씨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면서 내 생활의 큰 부분을 아직도 차지하고 있다.
거의 30여 년 전 금헌서실에서 만난 만소재 신현일 선배님과 함께 돈벌이가 아닌 서예의 저변확대 및
후학양성의 마음으로 2008년 4월 1일 笑泉(만소재의 笑자와 율천의 泉자를 따와 笑泉-웃음이 샘솟는)
서실을 출범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요즘은 연륜이 좀 높으신 선배님들 서너 분이 더 오셔서 함께
정진하면서 또 다른 분위기와 함께 등대역할도 서로 해 주시고 있으며 아울러 작년부터 노원서예협회
(회장:최영태)사무실처럼 1년에 서너 번 작품접수 및 회의장소로 활용되어 더욱 더 노원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계속 이렇게 좋은 분위기와 환경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아직 知白守黑, 筆性墨
情의 경지는 아니지만 그 동안 써왔던 내용들과 또 쓰고 싶었던 좋은 글귀들을 계속 접하면서 담백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붓글씨에 대한 정진을 지속하면서 ‘생활 속의 서예’ ‘좋은 글을 접하는
즐거운 서예’를 피치(pitch)로 감히 從心 展 마당을 마련했습니다. 부끄럽고 졸작이오니 여러분의 가일층
편달을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묵묵히 옆에서 응원과 격려를 주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2022년 10월 소천서실(무수재)에서 율천 이 철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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