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2019년02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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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탄 아이들(10호)
못난 모습을 보고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으며 머잖아 반드시 나비, 새
들처럼 넓은 세상을 맘껏 날아다닐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의 또 다른 대표 작품 〈코이의 법칙〉 은 민화의 정체성을 드높이는 메시지
와 기법표현을 보여준 걸작이라 할 수 있겠다. 코이는 붕어과 물고기의 이름
이다. 놀랍고 신비로운 것은, 이 물고기가 어항 속에서는 최대 5〜6cm까지 밖
에 안자라는데 연못으로 나가면 25〜30cm까지 자란다고 한다. 더 큰 강물로
거듭나다
나가게 되면 최대 100〜120cm까지 자란다고 해서 이른바 ‘코이의 법칙’이라
고 한다. 사실 우리 인간도 코이라는 물고기처럼 무한한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자기라는 틀(어항) 속에 갇혀 지내는 동안에는 넓은 세상을 결코
맛볼 수도, 경험할 수도 없다. 그 틀에서 벗어나 수많은 사람과 끊임없이 부딪 계속 발표해 왔다. 그는 현재에도 평범하게 작업하는 것이 성이 안차, 한지를
혀 소통(교류), ‘도전’과 ‘열정’ 그리고 ‘노력’을 통해 나를 바꿔 나가게 된다. 결 꾸겨 원하는 물감에 담가 놓았다가 꺼낸 변화가 많은 한지 위에 작업하는 방
국 운산 김용기는 그의 작품 ‘코이의 법칙’을 통해 더 큰 세상을 향해 그 자리 식을 선택해 작품을 탄생시키고 있다.
를 박차고 일어나서 힘 있게 나아가라고 외치고 있다는 것을 세삼 알게 된다.
이렇게 운산 김용기 작가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우리가 깊게 생각하면서 공감 이상에서와 같이 운산 김용기 작가는 우리 현대 민화의 또 다른 방향, 특히 창
하게 되는 철학적, 교훈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작민화의 신 패러다임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그는 일찍부터 실험적인 시도에
의한 질 높은 작품을 탄생시켜 왔다. 현재에도 그는 옛 스승이었던 운봉 이규
운산 김용기 작가의 기법표현 역시 작품에 담긴 메시지만큼이나 세련되고 창 완을 다시 만나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해 가면서 창작민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의적이다. 그의 화폭을 보면, 뛰어난 공간 구성력과 과감한 형상변형 그리고 개척해 가고 있다. 운봉 이규완 작가가 누구인가! 아시다시피, 운봉 이규완은
기하학적인 도형배치와 생략 등이 신선하게 돋보인다. 일찍이 그는 민화작가 설촌 정하정 작가와 《창작민화대작전》를 공동 기획한 작가로, 창작민화의 방
이면서도 실험적인 작품을 꾸준히 이어왔기에 그의 과감한 실험적 기법표현 향을 설계한 선구자이다. 운산 김용기 작가는 바로 이와 같은 운봉 이규완 작
에 대해서는 그리 놀라지 않게 된다. 그가 32년 전에 제작한 〈축제〉는 한지와 가와 함께하면서 그의 작품은 형식적, 내용적인 면에서 더욱 풍부해졌다. 물
신문지를 잘게 찢어 큰 들통에 넣어 하루 종일 삶고 빻아서 합판에 골고루 펴 론 그는 《운산민화연구소》를 운영하면서부터 그의 작품은 점차 자신감이 넘
바른 다음 약 한달 간 건조 후 그 위에 전통 ‘장생도’를 차용, 응용해 성공을 거 쳐나기 시작했으며, 결국 어린아이 작품세계와 같은 소박하고 해학적이며 건
두었다. 또한 1990년대부터 흙을 민화에 도입한 실험적인 작품 〈동행〉은, 캔 강한 메시지가 담긴 매력적인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끝으로 운산 김용기 작
버스에 아주 거친 모래를 붙인 화면에 붓질을 하며 색을 입혀 가면 완성한 것 가는 창작민화의 대표 작가인 만큼, 자신만의 고유한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 주
으로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았었다. 이처럼 운산 김용기는 일찍부터 민화 작 길 바라며, 특히 기법표현에서 자신감 넘치는 필력과 색감 그리고 짜임새 있는
가임에도 불구하고 순수작가들처럼 매우 신선하고 색다른 실험적인 작품을 화면구성 능력을 계속해서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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