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2019년02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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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 예찬, 나무에 못박아 갈기, 2018                        옹이 예찬, 나무에 못박아 갈기, 2018














            은 또한 구도자의 마음으로 들어가야 한다. 곱던 작품의 덩이가 못이 박힐수록      글 : 박영학 (자유기고가)
            험해 가는 것을 보면서 인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못이 박히면 갈라지게
            마련이다. 더구나 면을 이루도록 수많은 못이 박힐 경우 더 갈라짐의 이유는       조각가 문병권의 작품 주제는 긍정적이다. 만남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표현함
            커진다. 그런 것을 겪고 당하면서 기나긴 싸움에서 다루는 방법을 터득했다.       에도 어떠한 주제와 현실 앞에 있다 손 치더라도 작품 속에는 희망이 보이고
                                                            소망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은 향하여 시리즈에서 더 강하게 나타
            전쟁을 치룬 작품은 험하고 거칠어져 자체가 상처이나 이제 갈기에 돌입 하게       난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표현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그 만
            된다. 나무에 박힌 못을 반만 갈아내야 하면서 나무와 같은 형질로 대하기는       남이 서로를 보완해주고 품어주는 형상이라는 것이다.
            그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쇳가루와 나뭇가루가 분진 되어 뽀얗게 날리는 전
            장에서 인내하며 그 먼지를 참고 있는 것이 작품에 대한 애착이나 작가 정신       그런 모습이 옹이 예찬에서 더 여실히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통과 아픔
            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마스크라도 쓰면 좋겠지만 돋보기를 써야 하는       의 상징 옹이를 가지고 그런 작품을 생각했다는데서 놀라우리 만큼 철저한 그
            나이이고 보니 함께 쓸 수가 없어 마스크는 작업 중에 사용을 못하는 어려움       의 작품세계와 인간성을 엿볼 수 있고 작품을 보는 이와 작가의 의도와 성품
            또한 겪어야 하는 시련이기 때문이다.                            을 느끼게 해 주는 그런 또다른 만남을 이뤄 내는 것이다.

            독자는 자주 이런 질물을 한다, “무슨 나무인가요? 며칠이나 걸리나요?” 그것     작품에 그의 인생관과 신앙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종교를 떠나 모든 이들이
            은 도심 비싼 땅에서 만들어 내는 유명한 집의 음식을 보며 이거 재료비가 얼      갈망하는 사랑을 노래함으로 감상자와 교감하면서 사랑의 감동으로 다가서
            마 드나요? 하는 질문과도 같다고... 작품 완성 후에 오는 뿌듯한 기쁨과 내 작   는 작품, 아니 가만히 서 있으면서도 사랑의 노래가 널리 퍼지게 하는 그런 작
            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거라는 소망이 없다면 그저 힘든 노동이고 한      품을 하고 있다. 곱던 작품의 덩이가 못이 박힐수록 험해 가는 것을 보면서 인
            심한 시간을 보내는 현실 일 수 밖에 없는 그런 길이기 때문이다.            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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