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2019년02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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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전시





































                                                        OVER THERE Earth
        OVER THERE 바람







                                  2019. 3. 5 – 4. 1 갤러리별 (T.051-744-2883, 부산)







         여행과 힐링으로 인도하는                                  작가는 한 작품에 많게는 백 번도 넘게 색을 덧칠했다고 한다. 일필휘지의 붓
                                                        놀림으로 색이 겹겹이 쌓이면서 또 다른 질감을 만드는 모습은 마크 로스코
        정인숙 초대전                                         (Mark Rothko)를 떠 올리게 하지만 그리는 작업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 사포
                                                        질했다고 하니 마크 로스코와는 또 다른 정인숙만의 색의 세계를 만들었다.
                                                        나는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연구하는 사회과학자다. 변화를 계산해서 시뮬레
        글 : 정창권 ((사)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학회 학회장, 경영학 박사)           이션 결과를 보여주는 입장에서 세상 만물을 흐르는 것과 쌓이는 것으로 구분
                                                        한다. 세상은 흐르는 것과 쌓이는 것의 이중주 결과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
                                                        데 정인숙의 작품에서도 흐르는 것과 쌓이는 것의 변주곡을 듣는 듯 해서 반
                                                        갑다. 사회과학과 예술이 이렇게 만날 수 있다니. 저수지의 물이 쌓이고 줄어
        정인숙의 개인전은 여행이다. 힐링이다.                           드는 것은 흘러 들어가고 나오는 물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쌓이는 것은 흐
        정인숙의 개인전은 프랑스의 아기자기한 가게를 보면서 각자가 가진 문화와         르는 것을 기억한다. 칠하는 과정은 흐르는 것이고, 색이 덧입혀지는 것이 쌓
        예술의 판타지에 흠뻑빠지는 여행이 아니다. 런던 뒷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면        이는 것이라면 정인숙 작가는 흘러가듯 색을 덧입힌 다음 흘려 내보내듯 사포
        서 어느 명사가 애용했다는 선술집(pub)을 탐험하는 여행도 아니다. 마치 하     질해서 쌓여있는 색을 깎아내고 있기 때문에 나와 마찬가지로 변화를 이야기
        늘을 이불 삼아 길을 침대 삼아 길 가다 만난 사람을 의지하며 뚜벅뚜벅 걷는      하는작가다. 나는 과학으로, 작가는 예술로 변화를 노래한다. 수십 번에 걸친
        산티아고 도보 명상에 가깝다. 정인숙의 개인전은 내면을 탐색하는 여행이기        덧칠과 그보다 더 많은 사포질 덕분에 쳐다볼수록 다양한 색이 우리에게 속삭
        때문이다. 마치 초파리 날개를 현미경으로 바라볼 때 펼쳐지는 놀라운 또 다       인다. 도저히 사회과학이 흉내 낼 수 없는 경지다. 그렇게 남아 있는 색은 역사
        른 세계처럼 작품을 마주하고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다시 나를 돌아보게 만        를 품고 있다. 이 색의 역사는 이야기가 되어 우리에게 속삭인다.
        든다. 겹겹이 쌓여있는 자신을 탐색하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려고 했을까.        여백이 있으면서 가득 차 있고, 안정감을 주는 듯하지만, 어딘가 삐뚤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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