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2년 08월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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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베르트 에델펠트, <루이 파스퇴르의 초상화>, 1895년, 캔버스에 유채, 154x126cm, 오르세 미술관(파리)


            낼 수가 있지요. 그런데 반 고흐 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작품 중에는 우울 한 분    무 엇보다도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이해와 사랑이 특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위기의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생 폴 병원 환자의 초상Portrait of a Patient
            in Saint-Paul Hospital>입니다. 그림 속 초상화의 인물은 언뜻 보아도, 반 고  과학과 예술의 만남 - 파스퇴르의 초상화
            흐가 폴 고갱과의 반목으로 한쪽 귀를 자르고 한동안 수용되었던 정 신병원인       한 중후한 과학자로 보이는 남자가 여러 유리 용기가 널려 있는 책상에 살짝
            생 폴 병원에서 정신질환이 있던 동료 환자를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반 고흐      기대어 유리 실험 용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프 랑스의
            의 섬세하고 치밀한 관찰력이 드러난 작품이지요. 반 고흐는 병원에 입원 중       유명한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1822~1895)입니다. 유리 병 안
            발작 상태에서도 동료 환자를 그렸는데, 그림 상단의 모서 리가 희미한 것은       에는 정체 모를 빨간 막대 같은 가느다란 것이 보입니다. 파스퇴르는 지금 무
            그림 후 이동 중에 손상된 것으로 보입니다.                        엇을 관찰하고 있는 것일까요?

            반 고흐는 생 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19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과학자 루이 파스 퇴르
            른 환자들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여기에는 매우 심각한 환자가 많지만 내       는 당시 광견병 예방 백신 개발을 위하여 한창 연구에 몰두할 때였습 니다. 유
            가 과거에 겪었던 광기와 공포는 이미 상당히 줄어들었다. 여기에서는 사람        리병 안에 있는 빨간 나무 막대 같은 것은 토끼의 척수 즉 신경 조 직이지요.
            들이 서로를 아주 잘 알고 공격이 올 때 서로 돕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      이 그림을 그린 앨베르트 에델펠트Albert Gustaf Aristides Edelfelt(1854~
            원의 짐승처럼 끔찍한 괴성과 울부 짖는 소리를 계속 듣는다.” 그리고 반 고      1905)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최초의 핀란드 화
            흐는 1889년 10월에 그린 이 그림 <생 폴 병원 환자의 초 상>에 대해 다음과   가입니다. 에델펠트는 이 파스퇴르 초상화 그림으로 1886년 파리 살롱 전시
            같이 썼습니다.                                        회에서 초상화 분야를 새롭게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최고상을 받아 조국
                                                            핀란드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현재 여기 환자 중 한 명의 초상화를 작업하고 있다. 그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들에게 익숙해졌을 때 더 이상 그들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는 점        초상화를 잘 그렸던 에델펠트의 <루이 파스퇴르 초상화Pasteur’s portrait>
            이 신기하다.” 정말 빈센트 반 고흐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도 편견을 가지      는 미술과 과학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화
            지 않고 따뜻하고 인간적인 마음을 가진 순수한 화가였습니다. 이제 현대 의       실에서 연출하여 그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세균학자였던 파스 퇴르의 연구실
            학에 서 정신질환은 치료 불가능한 병이 아닙니다. 그러나 치료를 위해서는        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그린 것입니다.
             이 코너는  칼럼니스트의 의도하는 바를 존중하며 경어체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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